[칼럼/남도방송]신문과 방송이 제대로 가야할 길을 잃은 지가 몇 년 째입니다. 메이저 신문들이야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괜찮다는 마이너 신문들은 읽는 사람이 적으니 그것은 그것대로 큰일입니다.

그런데 요며칠 사이, 메이저에 속하는 어떤 신문이 감사원장의 후보자를 부적격자라고 큰소리치더니, 고등학교에서의 역사교육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특집기사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메이저 신문에도 한 가닥의 희망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학문의 분야가 너무나 넓어져 광대무변의 지경에 이르렀으나, 옛날 전통시대의 교육이야 크게는 두 분야만 제대로 배우면 훌륭한 지식인이자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경서(經書)요, 둘은 사서(史書)였습니다. 그래서 경사(經史)에 밝지 않고서는 지식인도 될 수 없고, 지도자의 반열에도 오르기 어려웠습니다. 옛날에 이름을 남긴 학자나 지도자로서 경사에 밝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가요.

▲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
아들들이 독서군자(讀書君子), 책을 제대로 읽은 지식인이자 지도자(君子)의 반열에 오르기를 그렇게도 간절히 바랐던 다산은,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서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참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반드시 처음에는 경학(經學) 공부를 하여 밑바탕을 다진 뒤에 옛날의 역사책을 섭렵하여 옛 정치의 득실과 잘 다스려진 이유와 어지러웠던 이유 등의 근원을 캐보아야 한다” (必先以經學立著基址 然後涉獵前史 知其得失理亂之源 : 寄二子) 라고 말했습니다.

경(經)과 사(史)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서는 지식인으로 설자리가 없음을 명쾌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또 말은 이어집니다.

“여러 가지 우리나라 옛 문헌이나 문집에는 눈도 주지 않으려하니 이거야말로 병통이 아니겠느냐? 사대부 자제들이 우리나라의 옛일을 알지 못하고 선배들이 의논했던 것을 읽지 않는다면 비록 그 학문이 고금을 꿰뚫고 있다 해도 그저 엉터리가 될 뿐이다”라고 부연하여 자기나라의 역사를 배우지 않는다면 사람다운 구실을 할 수 없다고까지 극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려사』∙『반계수록』∙『서애집』∙『징비록』∙『성호사설』∙『문헌통고』등의 책을 읽으라 권해주고, 『삼국사기』∙『국조보감』∙『여지승람』∙『연려실기술』등의 역사책들을 철두철미하게 읽으라고 주문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가장 먼저 세계화마인드를 지니고 중국의 최근 학문이나 일본의 유학(儒學)까지 깊은 연구를 했던 다산이지만, 역시 기본은 자기나라의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공부를 그렇게도 강하게 주문했던 것입니다.

신문의 요구대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부활시켜 독서군자다운 학생들을 배출시키라고 다산의 이름으로 당국에 경고합니다. 그래야 세계화하느라 국제미아가 되는 우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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