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도방송] 독일이 통일하게 된 배경에 동독 정부 대변인의 말실수가 있었다. 1989년 11월 9일. 동독이 여행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이다.

기자들이 새 여행법의 발효시점을 묻자 이 대변인은 “지금부터”라고 대답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시민들은 벌떼같이 베를린 장벽으로 달려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당초 여권발급 기간 단축 등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었지만 내용을 모르는 대변인이 그렇게 말한 것이 통일독일을 이끌었다는 웃지 못할 역사의 뒤안길이다.

2011년 1월 7일. 이성웅 광양시장이 한해 시정운영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장이다.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대책을 묻자 이 시장은 “현상태 안정화”라고 대답했다.

이 소식은 광양시가 동호안을 현상태에서 안정화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아찔한 순간이다. 광양시는 ‘별도 입장’ 없다고 말했다.

영산강유역환경관리청은 ‘육상이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광양시·영산강유역환경관리청·포스코·인선이엔티로 구성된 동호안 붕괴 항구복구 대책위원회가 활동중이다. 하마터면 동호안이 이상태로 안정화되는 ‘웃지 못할’ 역사적인 순간이 될 뻔 했다.

대변인의 말이 역사를 바꿨다. 지도자의 말은 위력이 더하다. 동호안 붕괴는 2번의 국감에 오를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다. 광양만권의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고였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사고 복구 방안을 ‘성큼’ 내놨다. 성급했다. 항구복구 대책위원회에서는 공식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시민들의 혼란만 부추겼다.

삼국지에서 유비는 삼국을 통일하기 위해 지자 제갈량의 집을 세 번 찾아가는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마다 않았다. 그러나 이 시장에게는 지역 여론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솔한 발언으로 지역민이 분열하지 않도록 세번은 생각할 수 있는 '삼초고려(三秒顧慮)'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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