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남도방송] ‘국밥이 곧 사람’이란 말을 실감했다. 하나 둘 매화가 낙화의 미로 봄을 밀어 올리는 식목일 오전, ‘장성금 생초 국밥’의 장성금 사장을 만나고서다.

광양, 순천 멀리는 부산까지 전라도 국밥집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라고 밝힌 장성금 사장은 6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다. 50대 안색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 ‘장성금 국밥’의 약초 물을 마신 덕분이란다.

장성금 사장은 국밥집을 운영하면서 장학기금을 기탁하는 등 이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소외 계층을 잘 돕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허까지 받은 장성금 국밥 맛은 그보다 더 유명하다.

◆일주일 달인 9가지 약초에 12시간 우린 뼛국물...속풀이 최고 
   깍두기 2개 고추 1개 반찬...‘투철’한 위생이 인기비결

무엇보다 다른 국밥과 비교할 수 없는 장성금 국밥의 백미는 시원한 국물이다. 장성금 사장이 직접 선별한 약초 9가지를 일주일 이상 달인 ‘진액’에 소뼈보다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돈골(豚骨)을 12시간 고아 우려낸 국물이 더해져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장성금 국밥 앞에는 강원도에서 가져온 커다란 연자방아 받침돌이 세워져 있다. 그동안 도움을 받은 사람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장성금 국밥의 랜드마크다

국밥 특유의 ‘고기 냄새’가 나지 않게 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비결이다. 해장 속풀이에도 좋다.

“속풀이 술국으로 진짜 좋다. 광양 분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데 시원한 국밥 한 그릇으로 광양사람 건강도 챙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에 좋은 가시오가피, 헛개나무, 우슬 등의 약재를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다시마와 해물로 육수를 내어 만드는 콩나물국밥은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라고 덧붙였다.

장성금 사장은 할머니가 약초를 넣어 만들어 준 국밥이 오늘날의 장성금 국밥을 있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할머니가 국밥에 넣은 이 약초의 정체는 ‘영업 비밀’로 혼자만 알고 있다. 약초는 구례ㆍ산청의 심마니들을 통해 ‘입수’한다.

‘맛집’의 성패를 좌우하는 레시피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는지 모른다. 장성금 국밥 고유의 맛을 내는 약초의 정체는 가게를 이을 딸에게만 전수할 것이라고 했다.

▲9가지 약초와 뼛국을 고아 우린 국밥 국물은 특허까지 냈다. 속풀이에 그만이다. 반찬을 재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깍두기 2개 고추 1개가 나오는게 눈에 띈다. 더 달라면 더 준다

어느 분야의 모든 장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유의 ‘고집’이다. 장성금 사장의 맛에 대한 고집은 ‘투철’한 위생 정신으로 이어진다.

손님들은 가게에 들어서기 전 가게 앞의 깨끗한 보도와 잘 정리된 화단에 한번, 가게에 들어가 가지런히 정리된 신발에 두번, 단촐할만큼 적게 나오는 반찬 양에 또 한번 놀란다.

“식당 주인은 생각 자체가 깨끗해야 한다. (위생관념이)투철해야 된다. 우리 가게는 한번 사용한 반찬은 100% 재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반찬이 적게 나간다. 반찬은 처음에 기본으로 나가고 손님이 더 달라면 그때마다 더 갖다 준다.”

깍두기가 2개 고추가 1개, 양파 3쪽이 나오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김치도 나온다.

장성금 사장의 투철한 위생 관념은 고추를 찍어먹는 된장 종지도 사람 수에 맞추어 준비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국이나 탕을 숟가락으로 같이 떠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에 힌트를 얻었다.

이 덕분에 장성금 국밥을 찾은 손님은 가게 안에서 CCTV를 통해 자신이 먹을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 안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복어 먹고 죽으려다 살아나”...나눔과 베품의 덕 배워 
   지역사회 환원 꾸준히...“나눔의 행복 깨달아”

장금성 국밥에는 두 딸과 부인을 포함해 9명의 ‘가족’이 일을 하며 하루 평균 4~500명의 손님을 맞고 있다. 연 7억여원의 매출 실적으로 이어진다.

구제역 파문에 따른 3배에 달하는 돼지고기 값 및 양파 등의 식자재 값의 상승으로 국밥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지만 장금성 사장은 조금만 더 지켜볼 심산이다.

▲여러차례 사업의 부침을 겪은 끝에 국밥으로 재기에 성공한 장성금 사장은 오늘의 자신은 주변사람들 덕분이라며 그 보답으로 장학기금을 내는 등 이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 나눔의 행복을 실천하고 있다


광양 지역 내 다른 국밥집의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믿고 찾는 소님에게 ‘비싼 국밥값’으로 배신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장금성 사장은 지금의 성공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시절 달콤한 성공을 맛보기도 했지만 수차례의 실패로 못된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 때 친구와 가족, 주변사람이 자신을 믿어줘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사업 실패로 죽으려고 복어 다섯 마리를 먹었으나 죽지도 못했다. 그 때 친구 2명이 국밥 창업 자금을 대줬다. 친구들도 당시 형편이 어려웠을 때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지금의 자리로 식당 이전을 할 때 연자방아 받침돌로 감사비를 세웠다. 도움을 줬던 사람들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매년 1월 1일 일출을 보러 오는 시민에게 광양 서산에서 식혜와 떡 등을 나누어 주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국밥집을 차리고 난 이듬해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9년째를 맞았다.

▲깔끔하고 정리된 공간과 구수한 국밥이 일품인 '장성금 국밥'에 가면 국밥인 곧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한 겨울 산 정상에서 맞는 칼바람과 추위는 매섭지만 자신을 있게 해준 광양 사람들에게 한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서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2009년부터 월 25만원씩 10년간 총 3천만원을 백운장학기금에 기탁하고 있는 경우나 정부 지원금이 없는 복지시설에 7년째 한 달에 10만원씩 전달해 오고 있는 것도 자신이 받은 나눔의 고마움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나눔의 행복을 모르는 게 안타깝다. 장사하는 사람이나 기업인이나 여유가 생기면 이익의 3~5%는 지역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나눔을 한 번 실천하면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는 시간이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그새 장성금 사장은 오는 손님을 안내하며 벗어놓은 신발정리에 여념이 없다.

자리가 부족해 노인과 상을 같이했다. 70평생 광양토박이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국밥 한술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노인께 국밥 맛을 물었다. 노인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글이든 밥이든 다 같이 만드는 것이니, ‘글이 곧 사람’이라면 장성금 국밥에서는 ‘국밥이 곧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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