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도방송] 요즘은 세상이 정말로 시끄럽습니다. 실천할 구체적인 의지도 없이, 그냥 마구 듣기 좋은 소리들만 함부로 떠들어대다가 종당에는 온 백성들의 분노를 야기하여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것이 오늘 이 나라 정치와 사회의 문제입니다. 예부터 “남아의 한 마디 말은 천금처럼 무거워야 한다.(男兒一言重千金)”라는 속담이 있듯이, 큰 지도자, 큰 인물이라면 아무리 처한 처지가 딱하고 궁하더라도 해야할 말과 하지 않아야할 말을 가려서 참으로 신중하게 발설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자는 『논어』에서 “말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그 말을 실천하기가 어렵다.(其言之不怍 則爲之難:憲問)”라고 말하여 실천할 의지 없이 큰소리치면서 해대는 말의 결과가 얼마나 감당하기 어렵고 불행을 당하게 되는가를 일찍이 경계한 바가 있습니다. 고대의 공자께서 살아가던 때도 그러했거늘, 요즘처럼 선거를 통해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고 정권을 잡게 되는 시점에야 표를 의식해서 참으로 허황된 소리를 그냥 외쳐대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실행할 의지나 실천할 계획도 없이 오직 유권자의 표만 의식하여 유권자들에게 달콤한 말, 즉 감언이설만 떠들어 대다보니, 나중에야 실행과 실천이 불가능해져서 세상은 시끄럽기 그지없는 것입니다.

박석무 이사장
다산연구소
그런데 주자(朱子)는 논어의 이 대목에서 “먼저 말을 해놓고 그 뒤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先言而後行)”라고 해석했는데, 다산은 그 말도 좋기는 하지만, “말보다 앞서 행동으로 보여주고 뒤에 말을 해야한다.(先行而後言)”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논어고금주』) 말로만 천하를 요리하면서 행함이 없는 그 시대가 너무 미웠기에 다산은 주자 이전의 옛날 학설을 인용하여,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의미로 공자의 뜻을 해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이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들, 앞으로 통치하려는 마음으로 현재 야당을 하는 사람들, 모두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이 하루아침에 뒤엎어지고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큰소리치던 국책사업들은 시간이 가면서 실종되기에, 국민은 분노하고 세상은 시끄럽기만 합니다. ‘반값 등록금’ 문제, ‘공정사회’, ‘비리척결’, ‘사법개혁’ 등등 어느 것 하나 실천의 의지는 없이 큰 소리만 쳐놓고 명쾌한 해결책이 없다 보니 세상이 시끄럽지 않겠습니까.  ‘선진국 진입’, ‘747 실현’ 등 실현성이 없는 큰소리들이 공중에서 맴돌고 있는 한 세상은 조용해지질 않을겁니다.

“실속 없는 말을 하지 않아야 부끄럽지 않다.”, “마음속에 실천할 의지가 있었다면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다”라는 옛 어진이들의 이야기를 귀에 담아, 제발 실속 없이 그냥 지껄이기만 하는 허언을 삼가해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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