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도방송] ‘다산과 21세기’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개설되어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성균명품강좌’라는 교양 과정부 강의 제목입니다. 국내 어떤 대학교에도 없는 강의제목이고, 유일하게 성대에만 설강되어 2004년부터 금년으로 8년 째, 학기당 2학점으로 주당 두 시간 강의합니다.

처음에는 150~200여 명의 학생들이 수강하다가, 중간부터는 70여 명으로 숫자를 제한하여 강의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삶과 사상을 21세기의 현실과 접목하여, 조선의 정치와 사회에 변화와 개혁, 그리고 통합을 희망했던 다산의 진보적이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오늘의 학생들에게 알려주자는 의미로 강의를 맡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박석무 이사장
다산연구소
다산학에는 초보인 학생들에게 우선 두 권의 책을 읽도록 하면서 강의가 전개됩니다. 다산의 인생관·학문관·경세관·인류애가 담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과, 졸저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라는 다산의 일대기를 읽어야만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강의입니다. 그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써내야 하고, 한 학기동안 수강한 강의내용을 요약한 보고서와 출석점수를 합쳐서 학점을 부여해왔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독후감이나 보고서를 읽어보면, 강의의 반응은 의외로 뜨겁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산의 뛰어난 학문에 감복하고, 그의 개혁 사상이나, 민주적 사고 및 평등의식 및 인류애와 인간애에 감탄하는 학생들이 많으며, 그들도 다산을 본받아 독서를 많이 하고, 나라를 사랑하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니겠다는 반성의 자세를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다산의 개혁정신과 실학사상, 그의 학문의 중심에는 그의 뿌리 깊은 인류애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신분제가 엄격하던 시절에 백성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그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려 하셨고, 그들을 위한 시와 글을 써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시고자 하셨던 그의 노력들이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학생의 글입니다. “‘지극히 천하여 호소할 곳도 없는 사람이 백성들인 동시에 무겁고 높기가 산과 같은 것도 백성들이다’라는 그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다산 정약용, 그는 18세기 조선과 21세기 대한민국이 담아내기엔 너무 높고 무거운 산이다”라고 쓴 학생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다산인 이유를 다산이 이룩한 업적에서 찾지 않았다. 업적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몇천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는 다산의 마음가짐이다. 21세기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 다산, 그는 맑디맑지만 구슬처럼 단단한 ‘사람’이다. 우리는 다산의 인성, 애민, 애국정신, 인류애에서 지금도 다산인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라고 쓴 학생도 있었습니다.

다산을 강의 주제로 한 학기를 마치고 나면, 기대이상으로 학생들이 다산을 폭넓게 이해하고, 그의 정신을 따르겠다는 각오와 반성의 태도가 너무나 뚜렷해서, 강의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학생은 모든 대학생들이 이런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서 강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학기 종강을 하고나니, 다음 학기에 새로 맞을 학생들이 기다려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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