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의 이상은 참으로 높았습니다. 인간이라면 도달해야 할 목표로 인(仁)을 설정해놓고, 인의 경지에 도달한 다음에는 성(聖)의 목표에 도달해야만 인간의 능사(能事)가 완성된다는 정말로 높고 먼 단계를 세워놓았습니다. 자공(子貢)이라는 제자가 어느 날,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모든 백성들에게 넓고 크게 혜택을 주고 모든 백성들의 환란을 구제할 수 있다면 (博施於民而能濟衆) 어떤 경지입니까? 인의 경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공자는 답합니다. “그게 인의 경지만의 일이겠느냐. 필연코 성(聖)의 경지다. 요순(堯舜)같은 성인임금들도 그렇게 하지 못할까 근심하던 일이었다.” 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박석무 이사장
다산연구소
이른바 ‘박시제중 (博施濟衆)’이라는 정치의 최고목표는 요순 같은 성인들도 하지 못할까 걱정하던 문제였다니, 그 경지가 얼마나 높고 먼 곳에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다산은 논어연구서인 『논어고금주』라는 책에서 이런 대목에서 자신의 견해를 새롭게 펴면서 그런 경지가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주자(朱子)이래로 인(仁)이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치(在心之理)라고 해석했는데, 다산은 “인이란 남을 향한 사랑(嚮人之愛)”이라고 해석하고, “성(聖)이란 하늘의 덕에 도달함(達天之德)”이라 하여 자기 자신에 대한 수양에 중점을 둔 주자학과는 다르게, 인은 대사회적 사랑이라는 쉬운 해석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남들이 먼저 하도록 하는 행위만 할 수 있다면 인을 행함이 되고, 인을 행하여, 천덕(天德)을 이룩할 수만 있다면 성(聖)의 경지도 이룩된다는 가능의 세계를 열어놓았습니다. 본디 맹자(孟子)는 성선설을 주장하면서 사람이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끝없는 노력만 기울이면 “사람이라면 모두 요순이 될 수 있다(人能可爲堯舜)”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런 원리에 충실했던 다산은 ‘박시제중’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이야기하려고, ”박(博)이란 넓고 보편적이며 시(施)란 시혜(施惠)함이고 환란에서 구제해줌이 제(濟)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화두는 ‘보편적 복지’라는 용어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충분한 혜택을 주고, 등록금도 내리고 무상급식도 실현하자는 국민적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부가 ‘박시제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인기위주의 정책, 즉 포퓰리즘으로 매도만 하고 있으니 어쩌자는 말인가요. 인류의 영원한 이상인 ‘박시제중’,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던 다산의 말씀에 따라 실천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지니는 그런 정치지도자들이 많아지기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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