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도방송]“사랑받는 기업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포스코가 가야 할 길이다.”

지난 6월 열린 ‘포스코 패밀리 사랑받는 기업 선포식’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한 말씀이다. 사랑받는 기업이란 포스코가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사회와 협력사·투자자·고객·직원·환경 등 6개 이해 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키고, 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랑받는 기업’, ‘따듯한 자본주의’, 참 좋은 말 같은데, 포스코의 ‘무노조 신화’를 떠올리면 ‘미사여구’로만 들리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철저한 양육강식의 사회인 자본주의 출현과 함께 노동자는 하루 16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으로 자본가에게 착취당했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노조)으로 단결해 투쟁했고 계급투쟁으로 확대돼 자본주의 체제 위기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국가권력은 체제 유지를 위해 노동조합을 법으로 인정하고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복지’ 도입했다. 이것이 ‘따듯한’ 자본주의의 기원이면 기원이라 할 수 있다.

헌데 포스코는 어떤가?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 활동을 봉쇄하고 강압적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해 왔다. 사내하청노동자의 노조활동도 억누르고 탄압해 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인 삼화, 덕산, EG테크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한 때 4백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이 지금은 60명으로 크게 줄었다.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는다며 도급 물량을 줄이고 계약단가에 불이익을 줘 20년 근무한 노동자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도 빈번했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감금 폭력도 있었다. 이런 탄압으로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한 것이다. ‘연봉 1천만원 인상’이란 당근 책에도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결코 영혼을 팔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지난 6월엔 KBS 포항 저녁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가 6일부터 사흘동안 포스코 압력에 따른 사내하청노조 해산 사례를 연이어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한 사내하청노조를 만들었지만 하청업체와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협박에 결국 노조를 해산한 것이다.

한편 정규직 공정을 외주한 이후 사내하청으로 옮긴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노조 결성 배경이란다.

사내하청노동자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결국 외주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간접 고용을 무기로 노동자의 단결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포스코가 사내하청노조에 민감한 이유는 계속된 외주화로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가 정규직과 비슷해, 이들이 파업을 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원하청 노동자, 수조원의 순이익이 나도 외주화에 내몰리는 노동자,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는 하청 노동자가 있는데 6개 이해관계자가 만족하는 ‘사랑받는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됐다. 노동자라면 누구라도 노조를 만들고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가 진정 ‘사랑받는 기업, 따뜻한 자본주의’를 추구하겠다면 원하청 노동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포스코의 무노조 신화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연봉 1천만원 인상 회유에도 영혼을 팔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는 이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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