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현산(玆山:정약전)과 다산 형제는 우애(友愛)가 넘치던 형제지기였습니다. 다산의 글을 읽어보면 외딴 흑산도에서 외롭고 고달프게 귀양 살던 형님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형님의 건강을 걱정해서 들개(野犬)라도 잡아드시라는 말씀을 올리는가 하면, 옴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을 보내는 등,온갖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보낸 편지에서도 육지에서 귀양 사는 자신의 고통이 이러할진데, 먼먼 섬에서 귀양 사는 형님의 고통은 얼마나 심할까를 염려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다산의 많은 시에서도 형님을 사모하고 또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세상은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만 해도, 빈대·벼룩·이와 같은 해충들이 우리를 얼마나 괴롭혔으며, 옴이나 종기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아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던가요. 벼룩같은 해충은 거의 멸종상태이고, 옴이나 종기의 괴로움도 의약의 발달에 따라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태가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 지긋지긋한 옴, 유배의 고통도 힘들기 짝이 없을 때, 옴에 시달리던 다산의 모습, 그런 피부병의 지독한 고통을 스스로 의약을 개발해서 극복했던,다산의 지혜를 담은 시 한편은 우리를 감동시켜줍니다. 더구나 그 약을 흑산도의 형님에게 보내주던 정성은 눈시울을 뜨겁게 해줍니다. 

옴약을 보냅니다
                   
가려운 옴 근질근질 늙어서도 낫지않아
온 몸을 차 볶듯 찌고 쬐고 다 했다네
더운 물에 소금 넣어 고름도 씻어내고 
썩은 풀 묵은 뿌리 안 뜬 뜸이 없다네
벌집을 촘촘히 걸러 그 즙을 짜내고 
뱀허물 재가 안 되게 살짝만 볶은 뒤에
단사 넣어 만든 약, 형님의 고통 생각해
형님의 심부름꾼 오기만 기다린다네

癬疥淫淫抵老頹  身如茶荈備蒸焙
溫湯淡鹵從淋洗  腐草陳根莫炙煨
密濾蜂房須取汁  輕熬蛇殼恐成灰
丹砂已熟憐同病  留待玆山使者來
                        (和寄餾合刷瓶韻) 

 시라고 하기에는 단방약의 제조법을 설명해주는 의약의 상식 같은 내용입니다. 다산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내가 앓고 있는 고질의 옴이 근래에는 더욱 심해져 손수 ‘신이고(神異膏)’라는 약을 만들어 바르고는 나았으므로, 이를 현산 형님에게도 나누어 주었다”라는 내용입니다.

역시 다산은 철저한 실학자였습니다. 벌집을 걸러 즙을 내고, 뱀허물을 살짝 볶은 다음 단사(丹砂)와 섞어 만든 약을 ‘신이고’라 이름짓고, 그것을 발라서 옴이 낫도록 창의력을 발휘했습니다. 대단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산이 아닌가요.

물론 그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사용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흑산도의 형님에게까지 보내는 마음은 다산이 얼마나 인정 많은 학자인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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