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해조가든 “생오리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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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남도방송]일장춘몽이요,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좀처럼 꺽이지 않을 것 같던 기승의 무더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아침 저녁으로는 이제 제법 옷깃을 여미어야 할 기온이다.

어느 덧 월력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을 목전에 둔다.
따뜻하고도 고소한 음식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필자의 식성 역시 자연동화적 몸 뚱아리로 친 자연적이라 할 수 있으려나 보다.

오늘도 입에서 원하는 대로 오리구이를 청해본다.  

 지리산 자락의 아늑한 공간. 해조가든

몇 해 전부터 제주도에서 개발하여 전국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웰빙놀이가 걷기이다.

이러한 웰빙 붐을 타고 전라남북도, 경상도 3도를 아우르는 지리산에도 지리산 둘레 길을 만들었다.

여러 코스 중의 하나가 남원에서 지리산을 향해 가는 아늑한 농로길.

남원에서 지리산 육모정을 들르고 구룡폭포 등의 지리산의 풍경을 즐기려 운전 중 한적한 시골마을에 내공이 울리는 간판이 보인다.

마을 전면에 널따란 들녘이 보이고 가구호수가 그리 많지 않은 아담한 동네의 입구이다. 

 일반적인 가든의 간판과 달리 오리요리 전문이라는 말에 더욱 끌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밀 조밀한 소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반갑게 맞이하는 전 봉자 사장의 인사가 정겹다.

둥그런 달덩이 모양의 조명이 반갑게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열리는 방문이 다소곳스럽다.

굽고, 튀기고, 볶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밑 반찬이 먼저 놓인다.

몇 안되는 찬이지만 묵은지, 생지, 장아찌, 나물 등 제법 구생을 맞추고 차림새가 무척이나 깔끔스럽다.

드디어 등장하는 주요리 접시.

오리고기 틈새로 조금은 낯 선 녀석들이 보인다.

웬 도라지?

“지역에 따라 육고기의 지방을 분해시키기 위해 인삼과 같이 구워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불포화지방이 70%이상 차지하는 오리이지만 나머지 지방도 분해하기 위해 인삼보다 사포닌 성분이 더욱 많은 도라지를 같이 요리한다.”

전 봉자 사장이 직접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는 자랑이다. 

 그런데 구이법이 또 특이하다.

원형불판의 중앙에 기름배출구가 있는데 일반다른 가게에서는 대부분 개방을 하여 기름이 쫘악 빠질 수 있게 한다.

그런데 해조가든에서는 꽁꽁 들이 막고 오리기름이 고여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을 충분히 뽑아내어 색깔이 노르스름 해 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 다음 기름을 한꺼번에 쭈욱 밀어내고 다시 도라지와 오리를 뒤적이며 먹는다.

먹어도 된다는 윤허(?)가 있을 때까지 요리과정을 지켜보니 그 재미 또한 쏠쏠하다.

드디어 윤허가 떨어지고 도라지 한 조각에 오리 여러 조각을 상추에 올려 소스에 묻히고 쌈장 간을 맞추고 입을 크게 벌려본다.

상큼한 쌈이 지리산의 품으로 뜨거운 젊은 열기를 낮추고, 혀를 만나니 요 녀석이 구이인지 볶음인지, 튀김인지 좀처럼 구별이 안된다.

은은히 배인 도라지 향은 왜 내 존재는 몰라 주냐며 앙탈이고 오리는 바쁘다 걸음을 재촉한다.

지리산이 내 몸으로, 내 몸은 지리산으로

둘이서 먹기엔 좀 과하다 싶은 양이었건만 어느새 불판 긁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보아야 미련은 없지!

과감하게 죽을 주문한다.

어마어마한 뚝배기에 어마어마한 양의 오리 죽이 나온다.

발라진 뼈를 푸욱 고아 육수를 만들고 찹쌀과 맵살 녹두가 들어있는 죽이다.

알맞은 퍼짐이 입안을 맴돌아 간질거리고, 달콤한 향내가 코 끝을 저민다.

커다란 다리 뼈가 늠름하고 곁들인 묵은지가 정겹다.

어느 새 죽도 바닥이다.  


이 순간 먹어보지 못한 탕이 궁금해진다.

뭔가 새롭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 한 없이 껄떡거리는 필자의 습관이다.

참자. 오늘은 참고 담에 한 번 더 오자.

오늘은 내가 주인장한테 졌다. 항복.

포기하고 일어서려는데 좀처럼 몸이 일으켜 지지를 않는다.

내려보니 지리산의 한 봉우리가 내 턱 밑에 턱 하니 자리를 틀었다.

먹으면서 내가 지리산을 노닌다 여겼는데 오늘은 지리산이 필자를 먹었다.


음식점 정보: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 256-1, 063)625-2692,오리요리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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