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육입국(敎育立國)에 관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번에는 어떻게 수재(秀才)들을 가르쳐야 하는가, 요즘으로 치면 영재교육인 특수교육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번에는 학교교육 · 사회교육 · 가정교육 등을 통한 국민 전체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옳고 바른 방향으로 교화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입니다. 『목민심서』「예전(禮典)」의 ‘교민(敎民)’조항에는 국민을 교육하고 교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국사(國事)인가를 참으로 실감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백성을 통치하는 직분(職分)은 교민하는 일일 따름이다. 토지나 산업을 균등하게 하는 일도 장차 교민하기 위함이요, 세금이나 요역을 고르게 하는 일도 장차 교민하기 위함이요, 지역을 분할하여 지방관을 배치하는 것도 장차 교민하기 위함이요, 형벌을 밝히고 법제를 정비함도 장차 교민하기 위해서다. 모든 정사(政事)가 정비돼 있지 않아서 교화를 일으킬 겨를이 없었으니 이 때문에 백대(百代)에 이르도록 잘되던 정치가 없었다”라는 절박한 말로 교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백대무선치(百代無善治)’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역사상 제대로 된 정치가 없었음은 바로 교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습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다산은 또 설명합니다. “한 세대가 지난 뒤에야 인(仁)이 실현되고, 백 년이 지난 뒤에야 예악(禮樂)이 일어난다”고 말하여 교육이나 교화의 효과는 결코 단시일에 이루어질 수 없음도 명백하게 밝혔습니다. 어떤 교과서로 어떤 교육방법을 통해 교화시키느냐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학교는 학교대로 올바른 교육을 시키지만, 사회나 고을에서는 향약(鄕約)을 제대로 시행하여 국민을 교화시키는 일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효제(孝悌)와 예악을 제대로 가르쳐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화시킬 방법을 마련하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제도는 어떤 통치자도 5년 이상은 집권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역사교과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올바른 역사의식과 바른 가치관으로 우리의 험난한 과거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절대로 필요한 시기인데, 집권 기간 안에 자기들만의 역사의식과 가치관을 국민에게 주입시키려는 무모한 일을 감행하고 있는데, 교민을 그렇게도 중요하게 여겼던 다산선생이 살아계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요. 역사적 진실을 사실로 기록하고 서술할 때만 춘추필법은 살아납니다. 특정계급이나 특정인들만을 위한 역사관은 역사와 나라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춘추필법’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추호라도 역사를 왜곡하는 잘못은 즉시 시정되어야만 다산선생이 눈을 부릅뜨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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