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정치철학에 관한 대표적인 경(經)의 하나는 『서경(書經)』이라는 책입니다. 요(堯)·순(舜)·문왕(文王)·무왕(武王)과 주공(周公)의 성인(聖人) 정치의 요체가 무엇이고, 어떤 정사(政事)를 펴야만 요순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가를 주된 내용으로 저작된 책입니다. 그런 『서경』에는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이니 백성들이 굳건하게 살아 갈 수 있어야만 나라가 평안하다(民惟邦本 本固邦寧)”라는 대원칙을 천명하였습니다.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편안한데, 그 근본이 바로 백성이라 했으니 백성의 지위가 어떤 정도인가를 금방 알게 해줍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그러면서 『서경』은 또 “두려운 존재는 백성이 아닌가(可畏非民)”라고 말하여 치자(治者)의 입장에서는 어떤 것보다도 무섭고 두려운 존재는 백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성을 얕잡아보고,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통치자는 반드시 뒷끝이 좋지 않고, 현명한 치자일 수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서경』의 논리에 따라 ‘위민(爲民)’과 ‘애민(愛民)’의 정신을 ‘외민(畏民)’의 수준으로 끌어 올려 백성들의 편안한 삶을 가장 간절히 희구했던 사람이 다산이라는 실학자였습니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것을 알았던 다산은, 통치자가 백성과 하늘을 두려워 할 줄 안다면, 나라는 분명히 제대로 다스려 질 것으로 여겼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권력자들의 행태를 보면 전혀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 차례의 선거에서 연패를 당해, 백성들이 자신들의 통치행위에 만족하고 있지 못함을 알았다면 뭔가 반성을 하고 변화를 일으켜야 하건만, 심지어는 같은 당의 수십 명 국회의원들까지 국민에게 사과하고 통치행위의 골격을 바꾸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통치자는 눈도 깜짝 하지 않으면서 하던 대로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백성 두려운 줄을 모르다가 앞으로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 참으로 두렵습니다.

“왕정(王政:요순의 정치)이 폐해지자 백성들이 고단하고 백성들이 고단하자 나라가 가난해지고, 나라가 가난해지자 백성들의 부담만 많아지고, 부담이 늘어나자 인심(人心)이 떠나고 인심이 떠나자 천명(天命)까지 가버리니 가장 급한 일은 올바른 정치라”(「原政」)라고 갈파하여 민심이 떠나면 천명까지 떠나가 통치의 정당성이 사라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존재할 이유가 없는 권력은 국민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다산은 주장했습니다. 근래의 정치 행태, 이렇게 민심이 떠나고 있는데, 묵묵부답으로 하던 대로만 계속하다가 천명까지 가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도 백성들이 두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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