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신년을 맞아 개혁적인 학자이던 다산선생의 3대 개혁안의 대강(大綱)을 밝힌 바 있습니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질 금년, 이런 의미 깊은 해에,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다산의 지혜를 빌려 새로운 역사창조에 마음을 기울여보려는 뜻으로 주장했던 내용입니다.

그 첫 번째 개혁안이던 의식개혁의 요체라도 설명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조선왕조는 건국초기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주자학, 즉 성리학으로 요약되는 유교적 원리를 통치이념으로 삼고, 정자(程子)·주자(朱子)의 대표적 학설로 재해석된 유교경전을 국민적 교과서로 삼아 국민을 교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성리학은 유교경전의 핵심적 내용인 성(性)을 이(理)로 해석하는 ‘성즉리(性卽理)’로부터 논리체계가 세워집니다. 성을 이(理)로 여김으로 해서, 유교경전의 또 다른 중심적 내용인 인(仁)·의(義)·예(禮)·지(智) 등 모두를 이의 틀에 넣어두고 ‘마음 속의 이치(在心之理)’에 의해서 세상이 존재하고 우주가 운행된다고 여기는 관념의 세계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인이란 사랑의 이치(愛之理)요, 마음의 덕(心之德)이라 해석한 주자의 학설에 따라 덕(德)도 ‘온갖 이치를 갖춘 것(具衆理)’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만물(萬物)이 모두 마음 속의 이치이고 덕(德)도 이치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변하지 않게 간직하고(存心), 이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길러주는 (養性)일을 통한 수양만 제대로 함, 즉 존심양성(存心養性)을 통한 수양만 제대로 하면 유교경전이 목표로 하는 세상만사가 모두 원활하게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 간략한 주자학의 요체였습니다.

▲박석무 이사장
    다산연구소
관념의 세계에 깊이 잠겨있던 중세의 사변적 철학이 바로 주자학인데, 여기에 거대한 반기를 들고, 만사만물은 마음속에 있는 이치가 아님을 선언한 철학이 바로 ‘다산학’이었습니다. 성(性)은 이(理)가 아니라 ‘기호(嗜好)라고 단언하여 사서육경의 새로운 해석을 내렸습니다.

주자학에 안주하고 있는 한, 세상의 변화는 불가능하고 의식개혁은 더욱 어렵다고 믿고, 새로운 경학체계를 세웠으니, 관념의 경지에서 경험의 새 세계로 변이시켰습니다. 선(善)으로 향하는 경향의 성(性)을 행위로 옮기면 바로 그것이 덕(德)이라고 하여 性+行=德이라는 공식을 마련했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 마음속에만 두고 있는 어떤 선량함도 행위로 옮기지 않는 것은 무용하다고 믿고, 그런 생각으로 바꿔야만 의식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다산학’의 요체였습니다. 금년에 있을 양대선거(총선·대선)에서 다산의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747공약에 속았던 경험을 통해 알았듯이, 아무리 찬란하고 멋진 말로 공약이나 구호를 내세워도 절대로 속지 말고, 행동과 실천에서 보여준 후보자들만 고르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인의예지·효제·애국애족·경제 살리기·일자리 창출·공정사회 그런 모든 것이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준 사람들만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임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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