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선거의 해입니다. 선거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여서 선거와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겠습니다. 다산의 『목민심서』는 바로 목민관(통치자)인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을 나열하고 그대로 실천하기를 바라는 내용과 덕목이 아닌 일은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으로 채워진 책입니다. 다산은 지도자라면 온 정성을 다해 율기(律己)편의 여섯 가지 덕목을 실천하라고 요구하는데, 그 첫 번째의 덕목이 바로 ‘칙궁’입니다. 칙궁이란 자기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입니다. 칙궁의 대원칙은 “기거(起居)함에는 절도가 있고, 관대(冠帶)는 단정히 하며, 백성들에게 임할 때는 장중하게 한다”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일상의 행동에는 절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 기거에 절도가 있음이며, 의복이나 모자를 단정해야 함이 관대가 단정하다는 뜻이며, 사람들과 상종함에는 장중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고 풀이하면 되겠습니다. 그동안 지도자들의 행동거지나, 의복이나 모자, 언어나 행동의 가벼움과 천박스러움에 우리가 얼마나 실망했던 적이 많았는가를 생각하면 다산의 칙궁 원칙이 얼마나 지당한 말씀인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밝기 전에 일어나 촛불을 밝히고 세수하고 단정히 옷을 입고 띠를 두른 뒤 단정하게 묵묵히 앉아서 정신을 함양한다.” 이렇게 심신을 가다듬은 다음, 그날 처리해야 할 공무에 대하여 순서를 매기고 지시사항도 미리서 준비해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음과 몸가짐의 경건함이 지도자의 덕목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산은 고경(古經)을 인용하면서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경(詩經)』을 인용하여 “점잖고 점잖은 위엄 있는 거동, 오직 덕 높은 사람의 모습[抑抑威儀 維德之隅]이라고 하고는, “공경하고 삼가는 위엄 있는 거동, 백성들이 본보기 삼네[敬愼威儀 維民之則]”라고 제시했습니다. 마음가짐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몸가짐을 제대로 해야만 덕 있는 지도자로, 백성들이 본받을 인물로 추대해준다는 뜻입니다. 이런 대목에서 문사철의 인문학적 소양이 율기를 실현하는데 어떤 구실을 하는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논어』를 통해 “시에서 의욕을 흥기시키고, 예(禮)에 똑바로 설 수 있고, 악(樂)으로 인간은 완성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라고 말하여 ‘시례악’이라는 인문적 교양을 통해서 인간의 인격과 인품이 이룩된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요즘 학교는 신자유주의의 깊은 늪에 빠져 극심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성적 1등의 인간만을 추구하고 교양을 통한 인격 갖추기는 진즉 뒷전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몸가짐·행동거지·의복의 단정함 등을 통해 인간다운 모습을 지닌 지도자를 양성하는 세상은 갈수록 멀어져 가고만 있습니다. 그래서 ‘칙궁’을 강조한 다산의 지도자론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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