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가 봄꽃으로 화려하게 치장되는 요즘, 정치의 계절까지 겹쳐져서 신문이나 방송에는 봄의 아름다운 꽃 이야기 보다는 정치기사가 넘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끝났지만, 연말의 대선이 남아 있어 정치기사는 쉴 날이 없이 넘쳐날 수 밖에 없습니다.

평생토록 좋은 정치[善治]를 그렇게도 희구했던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서인지, 요사이 언론에는 자주 다산 정약용의 어록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정치가 잘하는 정치이고 바른 정치인가로 다산의 말씀을 빌려 새로 뽑힌 선량들에게 충고해주는 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 박석무
    이사장
어떤 싸움판에도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선거판의 싸움에서도 당선자와 낙선자는 있기 마련입니다. 당선과 낙선은 하늘과 땅의 차이이고, 큰 시험에서의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도 그 거리가 너무 멀 수 밖에 없습니다. 당선자보다는 낙선자가 훨씬 더 많은 경우가 바로 선거판인데, 당선자에게야 수많은 축하의 말이 있겠지만 낙선자를 위로해주는 말은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일입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려고 그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고도, 끝내 성공에 이르지 못한 많은 분들에게 참으로 간절한 위로의 뜻을 전해 올립니다.

다산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좋은 글이 많아 모두에게 권장해주는 책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들들에게 내려준 ‘가계(家誡)’의 편지들은 정말로 새겨들을 내용이 많습니다. 둘째 아들 학유(學游)에게 노잣돈을 대신해서 말해준 「진학유가계(贐學游家誡)」에는 성현이나 고경(古經)에서 말하는 높은 지혜가 가득 담겨 있는 글입니다. “한번 배부르면 살찐 듯하고, 배고프면 야위어빠진 듯 참을성이 없다면 천한 짐승과 우리 인간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다고 하겠느냐? …… 아침에 햇볕을 환하게 받는 위치는 저녁때 그늘이 빨리 오고,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시드는 법이어서 바람이 거세게 불면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靑雲)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마하게 보고 우주도 가볍게 손으로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

인용문이 길지만, 새겨 읽어볼수록 의미 깊은 내용입니다. 시험에 낙방했다고, 선거에 낙선했다고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 그런 용기를 지니지 않았다면 어떻게 한나라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려는 꿈을 꾸었을까요. 희망과 꿈을 접지 않음은 ‘용기’의 덕목이라고 다산은 말했습니다.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을 때 기회는 또 오기 마련입니다. 당선자들이나 승리한 정당은 의당 ‘다산정신’에 입각하여 훌륭한 정치를 해야겠지만, 낙선자들이나 패한 정당도 다산이 말한 용기를 잃지 않아 청운의 뜻을 꺾지 말고, 더 값있고 의미 있는 삶과 정치를 설계 해야 한다는 다산의 충고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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