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大君)’이다, ‘멘토’다, ‘실세 중의 실세다’라는 사람들의 감옥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보기에도 딱하고, 국가 체면도 구겨질 대로 구겨져 버렸습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큰 소리 치면서, 그들을 그런 직위에 임명했던 임명권자의 입장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들이 정권을 창출한 일등공신들이었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력의 지위에 있었기에, 참으로 큰 욕심이나 꿈을 지녔던 분으로 여겼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욕심이나 꿈이 크지 못했던 분들이라는 판단이 내려집니다.

청렴하지 않으면 공직자의 지위를 얻어서는 안 된다면서, 청렴한 관리이자 큰 욕심과 꿈을 지닌 고관대작들이 많은 나라일 때만 좋은 나라가 된다고 그렇게도 간절하게 외쳤던 다산선생이 살아계셔, 오늘의 나라 꼴을 목격하신다면 어떤 말을 하셨을까요? 『목민심서』는 애절하고 간절하게 거듭거듭 말해주고 있습니다.

“청렴은 세상에 없는 큰 장사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라고 전제하고, “청렴하지 못한 사람은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자세하고 치밀하게 청렴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律己 · 淸心) “지혜가 높고 사려가 깊은 사람은 그 욕심이 크므로 염리(廉吏)가 되고, 지혜가 짧고 사려가 얕은 사람은 그 욕심이 작으므로 탐리(貪吏)가 되는 것이니, 참으로 생각이 여기에 미칠 수 있다면, 청렴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박석무 이사장
탐리이거나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모두 감옥 가는 것도 아닙니다. 임금의 최측근으로 죄를 짓고 뇌물을 받았지만 처벌되지 않는 사람도 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사람에 대하여도 다산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세력이 높고 때를 잘 만나서 형벌을 면할 지라도 여론은 그 비루함을 침 뱉게 되어 깨끗한 명망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경고하여 감옥에 가지 않는 실세나 측근들도 마음이 편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수천만이 보는 국민들 앞에서 했던 일을 철저히 부인하고 받았던 뇌물도 절대로 받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노라면, 저분들의 심장에는 수치심을 막는 무슨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무릇 지혜가 깊은 선비는 청렴을 교훈삼고 탐욕을 경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故 自古以來 凡智深之士 無不以廉爲訓 以貪爲戒]”라고 말하여 작은 탐욕과 작은 꿈이 얼마나 선비의 스타일을 구기게 하는가를 밝히고 있습니다.

도덕성이나 윤리의식은 이미 사라진 세상, 논문을 표절하고도 눈 하나 깜짝거리지 않으며 잘났다고만 소리 지르고, 가족에게 성추행을 하려했지만 그것도 큰 잘못이 아니라는 세상, 더 이상 무엇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화려했던 권력의 시절은 지나고 이제 부와 권세를 놓치고 감옥에 앉아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분들, 그런 기회에 『목민심서』라도 읽으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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