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레저타운에서 즐기는 별미 닭백숙

[맛집/남도방송] 황성하 기자 = 얼마나 더 가야 되는걸까?
지금 방향은 잘 찾아가고 있는걸까?

주암호를 따라 모후산 자락을 굽이굽이 따라가는데 초행이어서인지 무척이나 불안하다.

가뭄에 수척해진 주암호의 얼굴마냥 맘이 바짝 타들어 홀쭉해 진다. 드문드문 보이는 이정표에 조금씩 조금씩 홀리듯 끌려 들어가니 입구 안내가 반갑게 인사한다.

세속과 단절을 선언하다.

골짜기를 따라 꾸불꾸불 오르막을 오른다.
마루턱에 올라서는 순간 펼쳐지는 경치에 절로 탄성이 터진다.


“와!~~~ 이쁘다!”

아담한 못에는 잔잔한 물이 가득 고여 주위의 산이며 하늘, 새들을 품고 있고 그로는 부족하다는듯이 하늘의 구름, 산의 나무며 꽃까지 욕심껏 품고 있어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주위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세월을 이야기하고 지친 내 몸뚱아리와 마음을 살포시 안아주니 어느새 평안해진다.

이름모를 산새들이 스리슬쩍 인사 후 부끄러운듯 날개 짓으로 저 쪽으로 달아나니 그때서야 못 가운데 자리한 자그마한 섬이 눈에 띤다.

나지막한 자세로 가부좌를 한 모습의 정자가 뿜는 위엄에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어느새 정중해진다. 무엇인가 안에서 울컥하고 솟구쳐 올라와 머리를 휘젓고 다니는데 정리가 되지 않아 내뿜지 못하는 필자의 필력을 원망해본다.

‘빌어먹을, 진즉 문학공부나 좀 할걸 그랬나?’

고요와 평안, 맑음이 전하는 정취에 흠뻑 젖어 자리를 잡는 것도 잊고 주위를 자꾸만 서성인다. 비유하자면 약간 심하기는 하지만 담양에 위치한 조선시대 양 산보의 소쇄원에, 강진의 영랑생가에 주위 풍광은 버금간다고나 할까?

건축물의 양식이나 형식에 있어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물이 있고 계곡이어서 음습할 것도 같은데 맑은 양의 기운이 충천하게 느껴짐은 풍수를 전혀 모르는 필자가 느끼기에도 명당이다.

나서기 싫어진다. 그냥 여기에 눌러 앉을까? 도연명이 노래한 무릉도원이다 싶다.


별천지의 별미를 맛보다.

방갈로에 자리하고 숨을 크게 한 번 들이키고 나니 밑 상 차림이 차려진다. 닭가슴살 샐러드에 김치, 나물한가지, 막된장에 야채가 전부다. 무척이나 단촐한 상차림이다.

하지만 배추김치, 무김치는 2007년산이니 벌써 5살이나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백함이 앞서고 사각거리며 씹히는 식감은 신선하다.

보통 김치를 잘 담그면 3년 이상이 되어도 더 이상 산화하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묵은김치 특유의 군둥내가 없고 신 맛이 그리 깊지 않음은 벌써 25년을 운영 해 온 주방장 젊은 사장 모친의 음식 내공을 대변한다.

신선한 야채와 버섯이 어우러진 닭가슴살 샐러드는 담백하고 깔끔하게 다가오는 맛이 아무래도 젊은 사장의 솜씨이고 레시피인듯 싶다.

밑상 차림의 신구 조화가 이질적이면서 어울림이 만족스럽다.


드디어 메인 닭백숙의 등장

커다란 남비에 닭이 편한 자세로 한 켠을 차지하고 녹두가 듬뿍 들어간 닭죽이 다른 공간을 채운다. 주방에서 멀리 떨어진 산장의 특성상 음식 이동하는 일의 편리성을 도모하고, 한데 모아 조리를 한꺼번에 함으로써 만들어진 어우러짐을 겨냥한듯 싶다.

팔뚝보다 튼실한 다리를 하나 건지고 보니 가히 삼계닭 한 마리 수준이다. 한 점을 발라 묵은 배추김치에 곁들이고, 또 한 점을 발라 무김치에 곁들이니 보드랍게 쫄깃거리는 사각거림 소리가 식욕을 돋운다.

돼지 족발만큼한 닭발은 두 손으로 들고 뜯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크다. 큼지막하게 베어 물고 소주 한 잔 들이키니 웃음 또한 절로 배어난다. 오돌오돌한 녹두가 고소함을 전하고 흰 쌀이 담백의 맛을 전한다.

어느새 비워진 김치 그릇을 들고 리필을 외치면서도 한 손은 닭살, 한 손은 수저질이 바쁘다.


가족 하계휴양지로~

이 곳은 처음에 주암댐이 다목점 댐의 목적으로 건설될 때 다른 콘셉트의 출발이었으나 중간에 주암댐이 상수원목적으로 바뀌면서 제재가 많아질 수 밖에 없었고 어떻게 보면 미완의 형태로 운영중이다.

이 산자락 깊은 곳은 사진 애호가들의 출사지로 많이 알려져 있고 어느 누군가가 전국적인 대회에서 입상을 함으로써 음식 보다는 출사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모친이 25년을 운영하면서 생긴 노하우와 아들의 현대적 배움의 접목은 맛집으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는 여러 여건상 예약없이 방문시에는 닭백숙만이 가능하고 예약을 한다면 사슴, 송어, 향어, 기타 주문요리의 준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장담한다. 나름 주방장 세계에서는 자신 있고 인정받은 솜씨라는 젊은 2대 사장의 자신감이다.

아름다운 조경과 음식에 사시사철 꾸준히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고 음식을 먹지 않고 출사만 원하는 이들이 많아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별도로 만들고 입장료를 받으면서 운영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 날 물놀이 보다는 한적한 곳에서 한가한 말 그대로의 릴렉스한 휴양을 원한다면 꼭 방문해 보시라 권한다.

송어, 향어의 무리지어 노는 모습의 관람과 저수지에 텀벙 할 것 같은 높이의 그네타기, 출렁거리는 다리 위를 다리 옹그리며 건너보는 것도 또 다른 피서가 될 것이다.

◆ 음식점정보:순천시 송광면 월산리 830, 061)755-4545. 닭요리, 사슴, 송어, 향어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