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포구·와온 해변 등 걸으며 고향 그리워 해

[순천/남도방송] 전만오 기자 = ‘하멜 표류기’로 알려진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 1630∼1692)이 300여 년 전에 순천에 있었다.

그는 순천만 대대포구에서 화포 쪽으로 나가는 갈대밭을 걸으며, 와온 해변에서는 널에 의지해 개펄을 다니는 아낙들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선원인 하멜 일행은 일본으로 가던 도중 심한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1653년(효종 4년) 8월 16일 제주도 남해안에 상륙한다.

이때부터 1666년(현종 7년) 9월 일본으로 탈출하기까지 14년에 걸친 조선 생활이 시작된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갔다가 다시 전라도로 추방되는 과정을 하멜은 꼼꼼하게 기록해 고국으로 돌아가 ‘하멜 표류기’를 발간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유럽에 알린 최초의 책으로 의미가 있다.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내 세계정원 중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 정원.
‘하멜 표류기’를 보면 순천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2월 말 무렵에 병사는 조정 명령을 받고 우리를 세 개 읍에 나눠 배치했다. 싸이싱(Saijing, 여수의 좌수영)에 열두 명, 천(Siuntchien, 순천)에 다섯 명, 남만(Namman, 남원)에도 그만치 보내니, 이때 우리는 단지 스물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 이별은 우리에게 여간 슬픈 일이 아니었다. 3월 초에 병사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의 친절에 대하여 무한히 감사를 드린 후, 우리는 병자 한 명과 짐을 말(馬) 위에 싣고 도보로 떠났다.’

‘좌수영(지금의 여수)과 순천으로 가는 사람은 동행해 첫날밤과 다음 밤까지는 다 같은 읍에서 묵었다. 삼 일째 되는 날 순천에 이르러 다섯 동무와 떨어지게 되었다.’

‘다음날 밤에 한 민가에서 묵고 이튿날 아침 일찍 떠나 오전 9시경에 좌수영에 이르니 우리를 데리고 온 관원은 그곳에 주재한 전라도 수군제독(水使)에게 우리를 맡겼다.’

우리에게 ‘하멜 표류기’로 잘 알려진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 1630∼1692)은 네덜란드 사람이다.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쓴 주인공이자,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홍보대사인 히딩크 감독도 네덜란드 출신이다.

네덜란드와 우리나라의 오래된 인연을 담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는 다양한 튤립과 멋진 풍차가 있는 네덜란드 정원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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