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평가방식(SOQ) 적용 추진하다 지방건설기술심의서 제동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시, “기술‧경험 요구되는 평가방식” 해명

순천시가 수십억원 규모의 순천국가정원 인근 저류지 조성 공사의 감리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의 평가점수를 높이기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평가방식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상급기관으로부터 기각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시는 지난해 4월, 32억원 규모의 ‘하천재해예방 동천변 저류지 조성사업 및 조곡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등 3건의 관리용역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기술자평가방식(SOQ)을 적용키로 하고, 지방건설기술위원회에 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전남도건설기술위원회는 건설기술진흥업무 운영규정과 전남도건설기술심의위원회 조례에 근거로 들며 순천시에 ‘부결’을 통보했다.

시는 기술자평가방식 도입이 무산되자 사업수행능력평가(PQ) 방식으로 선회해 총 제안서를 제출한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서류평가와 대면평가 등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순천 소재 S기술공사가 100점을 받아 나머지 12개 업체를 따돌리고 최종 사업대상자로 선정돼 순천시와 작년 8월 관급계약을 맺고 곧바로 착공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순천시는 공정한 절차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지역 건설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기술자평가방식의 경우 전문분야의 특별한 기술력이 요구되어 발주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20억원 이상의 대규모 건설사업에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혼용하다보니 발주처마다 평가 기준이 들쭉날쭉할 뿐만 아니라 책임 기술자 면접을 통해 간접평가가 이뤄지다보니 평가의 공정 시비가 때때로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상급기관에서도 기준이 엄격하며, 일선 지자체에서도 일반적인 공사발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평가방식으로 알려졌다.

관급공사 사정에 밝은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SOQ방식으로 공고할 경우 발주처의 임의 조작과 자의적인 판단 등에 의해 특정업체만 가격투찰 등 입찰기회를 주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어 타 업체들은 투찰을 하나마나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기술자평가방식은 평가서 제작에 적게는 70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의 비용과 보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위원 7명이 기업 당 주어지는 10분 내외의 PT발표와 자료만을 보고 우열을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남도와 일선 시군에서는 기술자평가(SOQ) 방식이나 기술제안(TP)방식을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전남도 지역계획과 관계자는 “SOQ평가 방식은 국토부 지침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 난이도의 발주 건에 대해서만 상정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선정하고 있다”며 “작년 순천시 발주사업의 경우 요건성립이 안됐고, SOQ 방식으로 진행을 안 해도 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부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런데 애초 순천시가 SOQ 평가방식을 적용하려 한 의도에 대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직 안팎에서는 순천시가 조충훈 시장 재임시절 사무관과 서기관 승진을 거듭하면서 소위 실세로 불렸던 건설국장 퇴임 인사가 재직중인 이 업체의 평가점수를 높이기 위해 변별력이 높은 방식을 채택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순천시가 해당 부서 C모 과장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서 6개월 만에 전보조치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보제한에 따라 1년동안 인사이동이 불가함에도 순천시가 사업을 완수하지 못한데 따른 책임을 물어 C과장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순천시 인사담당은 “전임 안전총괄과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였고, 안전과 관련된 과제가 산적해 고심 끝에 업무능력이 뛰어난 C과장을 발령키로 했다”며 “전보제한 예외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보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순천시 건설과 관계자는 “해당 저류지 시설사업이 토목, 건축, 기계, 전기, 계장, 조경 등 복합공종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택 및 상가지역에 도로, 철도, 하천시설 등이 근접해 안전문제와 주민불편이 예상됐다”며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고도의 계측관리시스템 등 경험과 기술력이 풍부한 기술자가 필요해 SOQ방식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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