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교육청의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교 2학년까지 360만 명이 참여한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서 ‘학교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0.8%에 지나지 않았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1.4%, 중학교 0.5%, 고등학교 0.4% 였다. 이같이 응답률이 적고, 고학년에 진학할수록 응답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학교폭력 발생률이 낮다는 자료로도 볼 수 있겠지만 조금 다른 시야에서 볼 수도 있다.

보성경찰서 읍내파출소 순경 이상훈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의 대다수는 작고, 순한 우리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당하다보면 아이 주변의 친구들까지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 아이를 멀리하게 되고 결국엔 혼자만 남고 만다. 

아이는 자신을 더욱 고립시키게 되고, 마치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결국 가족에게조차 숨길 가능성도 있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것을 자신의 오점으로 여기고, 숨기고, 결국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서두에서 말한 설문조사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보여주는 자료라고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학교폭력은 예방이 중요하다. 우리 어른들의 관심과, 폭력에 대한 사회의 인식, TV와 인터넷 등 매스컴의 역할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다면 어떨까? 숨기고, 견디며,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살아간다면 어떨까? 결국 예방만큼 대처도 역시 중요하다.

위와 같은 아이에게는 나와 관련이 없고, 철저히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 상담 대상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우리 경찰이 될 수 있고, 또 우리 경찰이 되어야 한다. 경찰은117학교폭력상담센터와 스마트폰 ‘117CHAT’ 앱을 통해 상담 대상자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전담경찰관제도를 운영하며 학교마다 담당경찰관을 지정해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전문 경찰관을 두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도 때로는 부모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주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117상담센터를 알려주고, 우리 아이의 휴대폰에 ‘117CHAT’ 앱을 설치해주자. 우리 지역의 경찰관과 조금 더 소통할 수 있게 해주자.

경찰은 ‘나쁜사람을 잡는 사람’이 아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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