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 전에 의장단 선출, ‘독식’, ‘짬짜미’ 비판 목소리
중앙당이 지방의회 장악…눈치보기 바쁜 기초의원들

전남지역 일부 기초의회의 의장단 선거가 민주당의 입김에 휩쓸리면서 풀뿌리민주주의로 불리는 의회의 구실을 제대로 할지 우려를 낳고 있다.

개회도 전에 의장을 추대하는가 하면 중앙당이 개입해 경선을 좌지우지하는 등 민주당의 도 넘는 간섭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광양에선 3선의 김성희 의원이 광양시의회 의정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의장은 13석 가운데 11석을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의장으로 선출되자마자 ‘개회도 전에 의장에 추대됐다’며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

박수완 광양만녹색연합 사무국장은 "다수당에서 소수 의원을 배제하고 의회 개원도 전에 의장 경선투표를 했다는 것 자체가 독선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수에서도 서완석 의원과 같은 당 이상우 의원이 의장선거에 입후보했으나 이 의원이 지난 1일 치른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로 후보에서 사퇴해 서 의원 단독 출마해 선거가 치러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의원은 "26명 전체 의원이 모인 가운데 의장을 뽑아야 하는 데 중앙당 지침이라는 이유로 경선으로 후보를 정하고, 그 후보를 의장 선거에서 밀어주면 패거리 정치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상임위원장 자리 역시 선거를 치루기도 전에 특정 인사들이 내정됐다는 후문이 ‘독식 선거’, ‘짬짜미 선거’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지역사회와 가장 밀접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기초의원들이 여당의 입김에 휘둘리면서 야당과 무소속의 반발은 물론 같은 당내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담합해 의장과 부의장 등 요직을 나눠 갖고, 자신의 소신보다는 당의 명령에 따르는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는 중앙당이 개입해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모양새로 비쳐지면서 주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기초의원들이 중앙당의 눈치보기에 바빠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우려도 들린다.

또 참신하고 패기 넘쳐야 할 초선 의원들이 의장단 선거를 지켜보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보단 침묵으로 일관해 시민들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기초의회의 이같은 작태를 보다 못한 지역 시민단체도 이들에게 쓴 소리를 퍼붓고 있다.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은 이들이 잘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면서 “자만에 빠져  민심을 왜곡하고 거수기, 침묵의회, 식물의회의 적폐가 되풀이 된다면 곧바로 청산대상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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