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관리권 없어 초동대처 미흡…업체 4곳 대정비 '심증 있는데 물증 없어'

여수산단에서 불완전 연소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여수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악취로 지난 4일 새벽 주민 수 만명이 밤잠을 설치는 촌극이 벌어진 가운데 관할기관인 전남도와 여수시가 그간 악취원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종결하면서 부실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4일 새벽 1시15분께 여수산단과 7~8㎞가량 떨어진 구 여천권과 미평동, 중흥동 거주 주민들로부터 정체불명의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최초로 접수됐다.

매캐한 악취는 이날 오전 9시까지 온 시내를 뒤덮었으며,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200여건에 달할 정도로 빗발쳤다.

여수시는 1시50분께 주무부서 담당자들을 현장으로 보냈으나 업체 조사 권한이 없어 악취 근원지를 파악하는데는 실패했다. 산단에 대한 관리권과 단속권한이 없는 탓에 초동대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는 시의 협조를 받아 다음날에야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악취 발생 당시 대정비가 진행 중이던 공장들을 지목하고 이들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왔다. 이 기간 Y사와 D사, L사, 또 다른 L사 등이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주요 공정을 청소하는 대정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전남도는 이들 업체의 셧다운 공정률 등 일정을 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으며, 불완전 연소로 인해 악취가 발생했을 가능성 높은 굴뚝과 배관 등에 대한 정밀조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산단 내 대기오염 측정망과 TMS 자료 등을 살펴봤으나 특이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악취의 경우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처럼 수치상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악취원인에 대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6일께 조사를 마무리했다.

휴일 새벽 수만명의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과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악취를 측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관기관이 실태조사에 애초부터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나온다.

이에 시 관계자는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여수산단방제센터 등 유관기관과 악취 재발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악취 유출 의심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산단 내 설치된 대기측정망은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 오존,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기능만을 갖고 있어 악취측정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황화수소, 암모니아,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의 악취를 동반한 오염물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악취감지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수질이나 대기 등 환경오염에 비해 경각심이 떨어지는 악취에 대한 규제나 처벌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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