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악취‧모기 사람 살 곳 못돼…근본책 찾아달라” 호소
펜션 측 “기준치 이하 문제없다”…시, 시료채취 등 역학조사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된 진모지구 소하천.

여수 진모지구 소하천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주민들이 수년째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계당국의 원인규명과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최근 진모지구 소하천에서 악취가 발생한다는 민원에 따라 해당 지역의 하천과 대형 펜션단지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였다.

이 하천은 진모지구와 상포지구 방향에서 바닷가로 나가는 유일한 소하천이나 지대가 바다보다 낮은 탓에 침수가 빈번한 지역이다.

19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다.

고인물에서 혼탁한 수질이 곳곳에서 확인됐고, 하천바닥에는 검은 침전물이 가득했다. 여기저기 뒤엉킨 쓰레기로 역한 악취가 진동했다.

제보자인 박상진 씨는 얼마 전 “진모지구 펜션 지역인 라테라스 아래 바다와 연결된 수로에 생활폐수가 흘러 내려와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며 카톡방에 사진과 글을 올려 공개 제보했다.

제보를 받은 여수시의회 송하진 의원도 지난 17일 현장을 방문해 오염 정도를 살폈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 박봉필 씨는 “썩는 듯한 악취가 하루에도 수차례 진동하고 모기 등 벌레로 도저히 사람이 살수 없는 마을”이라고 혀를 찼다.

진모지구 소하천 바닥이 썩은 부유물로 가득하다.

박 씨는 “인근 펜션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하천에 참게와 민물장어, 붕어 등의 생물이 살만큼 수질이 매우 깨끗했지만 펜션이 생겨난 후부터 오염이 급속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주민 이민자 씨는 자택 앞을 관통하는 관로와 하수구를 보여줬다. 관로는 라테라스펜션 방향에서 소하천으로 연결된 관로로 직경 20cm 정도 되는 플라스틱 배관이었다.

하수구를 덮어놓은 검은 고무깔판을 치우자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올라왔다.

이 씨는 “악취가 온 집안에 퍼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며 “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진모지구 일대가 침수지역이다 보니 호우 시 오폐수가 범람하고 악취가 더욱 심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수차례 시를 방문해 항의했지만 그때마다 시가 현장 한번 와보지 않고, 문제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된 조사를 벌어 악취가 나지 않게끔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주민민원과 항의가 잇따르자 펜션 측은 지난 17일 포크레인을 동원해 소하천에 대해 준설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풀빌라 펜션인 라테라스는 최근 2동을 증축했다.

수영장과 스파 등의 시설을 갖추면서 여기서 발생되는 오폐수가 처리될 수 있는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돌산 진모지구 주민들이 소하천에서 악취가 난다며 관계당국에 민원을 신고했다.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펜션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라테라스 부사장 A씨는 “매달 100여만원을 들여 정화업체에 정화작업을 맡겨 오폐수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내보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소하천은 물이 고이면서 자연히 악취가 나는 것이지 우리 펜션에서 방류하는 오폐수가 악취 원인이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포크레인 준설작업도 이장님의 부탁으로 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여수시 기후환경과는 19일 현장을 찾아 시료를 채취하고 펜션의 정화조를 살펴보는 등의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송하진 의원은 “미국 FDA로부터 청정해역 인증을 받은 가막만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펜션과 숙박업소의 무분별한 오염으로 황폐화되고 있다”며 “환경은 관광위주의 정책이 만든 폐해다”고 지적했다.

펜션에서 오폐수가 내려오는 하수관로. 한 주민이 악취가 난다며 고무덮개로 덮어놓은 하수구를 보여주고 있다.
돌산 진모지구 주민들이 소하천에서 악취가 난다며 관계당국에 민원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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