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되도록 입장표명 등 조치 없어…“정의로운 의회” 공염불
습관적 폭력에도 내부 견제 장치 ‘전무’…윤리위 구성 촉구 여론

[순천/남도방송] 예천군의회의 해외 폭행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순천시의회에서도 새해 벽두부터 폭행사건으로 얼룩지면서 의회를 바라보는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지방자치분권제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지방의원들의 ‘낯부끄러운 일탈’이 끊이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미국 연수 도중 가이드를 폭행하면서 전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순천시의회도 올해 첫 의장단회의에서 집기를 동료의원에 집어던져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열린 의장단 회의에서 나안수 상임위원장이 서정진 의장에게 전화기를 집어 던지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자신이 원했던 전문위원이 배정되지 않은데 따른 화풀이로 알려지면서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해 벽두부터 벌어진 촌극에 의회 안팎에선 충격이 쉽게 가라않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이 되도록 시의회는 폭력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나 윤리위 구성은 커녕, 여론이 수그러 들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이번 폭력사건에 대해서 지난 7일 나 의원이 의원간담회 석상에서 “법적 문제가 있다면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전부일 뿐 기자회견이나 어떠한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천군의회 사건과 맞물려 순천시의회의 폭력사건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의회는 묵묵부답이다.

서정진 의장은 기해년 신년사에 “시민에게 힘이 되는 정의로운 의회를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지만, 이번 폭력사태에 대처하는 시의회 태도는 극히 초보적이고, 이러한 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순천시의회 의원 간 폭력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지난 2010년 여성의원이 몸싸움을 벌이다 전치 2주 부상을 입었고, 2012년에는 상임위원장이 예산삭감에 불만을 품고 의원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면서 위원장 자리를 사퇴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의장이 의원을 폭행한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모두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유야무야됐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의원들 간 폭행이 충동적 또는 습관적으로 자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의회 내부의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견제장치를 만들려는 노력보단, 여론이 잠잠해지만을 기다려온 탓에 시간이 지나도 고질병이 치유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공인의 신분으로 폭행을 저지르거나 사건에 연루되고도, 쌍방합의나 법적책임만 지면된다는 식의 해이한 죄의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시민혈세를 마치 쌈짓돈 쓰 듯 하는 갑질정치로도 표출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의원 2명이 한 달 새 2번이나 해외연수를 다녀오면서 700만원을 쓰는가 하면, 상임위 해외연수도 목적과 다른 관광코스가 다수 포함돼 외유 논란을 부추겼다.

시민들은 민선7기 들어 새로운 의회를 바라고 있지만 정작 의회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실망과 회의감을 시민에게 안기고 있다.

선후배 동료 의원에게도 폭력을 행사하는 몰지각한 의원들이 과연 27만 시민을 섬길 수 있을까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또 일각에선 제 앞가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의회가 민선7기 직접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변화하는 시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구실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비판여론도 쏠린다.

의회 내부에서도 “동료 안 때리기 법안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자조섞인 말들이 나온다.

순천지역 시민단체도 시의회 폭력사건을 좌시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순천시행의정모니터연대는 지난 7일 성명을 내 "의회 내 폭력은 순천시와 순천시의회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어이없는 일이다"며 "사안을 막론하고 시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의회에서의 끊임없는 폭력사태에 강력한 조치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정노력을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순천시의회는 지난해보다 256만원 올린 3717만원의 의정비를 올해 받는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2.6%)보다 3배 가까이 올린 금액인데, 과연 이에 부합하는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