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4곳 장기 독점에 신규 업체 시장 진입 원천 차단
계약금액 매년 수 억원씩 불어나도 경쟁력은 '모르쇠'

[순천/남도방송] 순천시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업체들이 해마다 수의계약을 통해 지난 1990년부터 30년 가까이 사업을 독점하면서 이에 따른 혈세낭비나 권력유착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청소업체들의 참여기준을 대대적으로 쇄신하는 등 적폐 청산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민선자치 시대 들어 행정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순천시 청소행정은 이 같은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천시환경미화원은 총 215명으로 무기계약직(공무직) 125명, 대행업체 소속이 90명이다.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전부 노조에 소속된 반면, 대행업체 소속 직원은 전체 30%인 36명밖에 가입되지 않은 실정이다.

공무직 미화원들이 주로 가로 청소와 노선, 일반도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등의 업무를 하는 것과 달리 민간업체 인력은 아파트 공동주택 폐기물 및 음식물 처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공무직 미화원들과 달리 업체 소속의 미화원들은 업체와 맺은 계약조건에 따라 근무를 하기 때문에 임금이나 처우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 여건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순천시가 생활폐기물 대행 업체들에 지난해 지급·정산한 예산 내역.
순천시가 생활폐기물 대행 업체들에 지난해 지급·정산한 예산 내역.

황금알 낳는 거위?...매년 70억 혈세 투입에도 경쟁력은 모르쇠

순천시 청소대행은 백진, 부일, 동아, 순천환경 등 4곳이 지난 1990년부터 30년 가까이 수의계약을 맺고 생활쓰레기 수거 및 처리 등의 업무를 해오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수십년 간 청소대행업무를 독점하는 과정에서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을 단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백진환경이 1990년 업계 최초로 시와 계약을 맺은데 이어 순천환경이 1998년, 백일환경과 동아환경이 각각 2000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 이면에는 수의계약이라는 명분하에 시가 독점구도를 묵인하면서 이에 따른 특혜논란과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수의계약 낙찰률인 87.745%를 적용하더라도 매년 70억원 이상의 시민 혈세가 이들 업체들에 고스란히 투입되는 실정에도 경쟁력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년 치 계약내역을 보면 지난 2014년 64억7100만원, 2015년 72억3200만원, 2016년 74억4900만원, 2017년 75억3800만원, 2018년 77억6600만원으로 계약금액도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

민간기업과 달리 경기불황의 여파도 받지 않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일부 업체의 경우 자녀에게 회사를 세습하거나 또 다른 업체는 가족을 위장 취업시켜 이름만 올려놓고 급여를 빼가는 등의 수법도 자행되고 있지만 어떤 행정제제나 법적처분도 받지 않는 등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고 노조는 증언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16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에 관해 개정 고시한 원가계산 산정 규정.
환경부가 지난 2016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에 관해 개정 고시한 원가계산 산정 규정.

업주만 배불리고 미화원 근로 개선 요원...순천시 청소행정 이대로 괜찮나?

순천시와 업체들 간 맺은 임금체계가 지난 2008년 행안부가 제시한 노임기준으로 1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환경부가 건설노임단가를 고시했음에도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환경의 시대적 변화와 근로자 인권 향상 등을 반영해 표준 건설노임단가를 반영해 달라고 노조는 요구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는 현실이다.

이마저도 업체에선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면서 지난해 90명이 5600만원을 받지 못하는 등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해마다 1%에 머무르는 낮은 인상률도 미화원들의 업무사기를 떨어트리거나 잦은 이직의 주 요인이 되면서 결국 청소서비스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는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이 같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요구를 수년째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업체에는 10%에 가까운 이윤을 안겨주고 있다.

미화원들의 처우개선에 시와 업체가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업주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노조는 청소대행업체들과 단체협상을 협의하고 있으나 순천환경만 60세→61세 정년 연장에 합의했을 뿐 임금 등 단협결렬로 인해서 장기공백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법상 파업 기간에는 사측이 외부인력을 쓸 수 없어 파업 시 마다 인력난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환경미화원노조 관계자는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따른 질병과 사고 등으로 미화원들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업체와 시는 개선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며 “미화원들이 쓰다버리는 부속품으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지역에선 청소대행업체 선정에 있어서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거나 공영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민주연합노조 유형봉 순천부지부장은 “업체 4곳이 수십년째 독점하고 있음에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 상 위배되는 중대과실만 없으면 연속해서 수의계약을 맺어주다 보니 서비스나 경쟁력이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며 “많은 지자체들이 청소대행업체 선정을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오롯이 지자체장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표준 건설노임단가 반영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20~3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확보돼야 하는 등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져오게 된다”며 “점진적 임금 인상은 검토 의양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청소대행업체 선정에 대해서 입찰 도입이나 공영전환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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