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복지비용 연간 6억 ‘제대로 쓰나?’ 알 길 없어
사 측 유리한 징계기준 울며 겨자 먹기 ‘노예계약’
부당행위 적발돼도 ‘언제 그랬냐’ 또다시 수의계약

[순천/남도방송] 순천시청소대행업체들이 수십 년간 시장을 독점하면서 따르는 혈세낭비와 노사 갈등 등 각종 폐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순천시는 개선 없이 관행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체 4곳이 30년 가까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 토호세력과 순천시의 암묵적 합의나 권력유착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매년 70억원이 넘는 시민혈세가 투입되고 있지만, 서비스 향상 등 경쟁력은 시민 기대 이하였다는 비판이 따른다.

그 이면에는 열악한 근로여건과 임금 문제 등의 병폐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시대가 갈수록 요구되면서 청소대행업체들의 계약 체계 역시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매년 지급액 10%의 고정적 이윤과 차량이나 장비 등 대부분이 시비로 보조되는 현실에서 이들 업체들은 별다른 자구노력 없이도 구태관행을 반복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손에 쥐었다.

외부와의 경쟁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순천시청소대행 업체의 독점 구조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민간영역과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해 수 억 간접노무비, 어떻게 썼나? 순천시도 몰라

더 큰 문제는 시가 이들 업체에 지급한 노무비조차 제대로 정산이 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6억원에 가까운 간접노무비에 대해서 시는 지금껏 한 차례도 정산을 한 과거도 없고 정산해야 하는 의무 기준도 없어 사실상 업주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4개 업체의 정산 결과 간접노무비는 동아환경이 1억4700만원, 백진환경 1억4600만원, 부일환경 1억4590만원, 순천환경 1억4590만원으로 나타났다.

간접노무비는 쉽게 말해 목적상 근무 지원이나 근로서비스 및 환경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일종의 ‘후생복지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밀실 시스템에선 업체가 목적과 달리 이 돈을 사용해도 알 길이 없다.

노조는 업체가 보조인력의 인건비를 허위로 타 먹은 사례도 있으며, 서류조작만 하면 충분히 유용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억5000만원의 간접노무비로 연간 인력 3명을 채용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회사가 1명만 고용하고, 노무지원과 관련 없는 외적 업무만 시키는 사례도 있다”며 “근로공백이 생기면 결국 동료들이 메꿔야 하기 때문에 연‧병가를 제대로 쓸 수 없고, 쓰더라도 임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는 간접노무비 정산을 확인할 수 있는 규정이나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주들이 인건비를 제때 주지 않은 탓에 민원이 잇따라 발생하다 보니 2012년부터 직접노무비 정산내역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지난 2017년 직접노무비 지급액 중 9000만원의 잔액을 환수했으나 그 이전까지 업체들이 챙긴 돈은 전혀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더욱이 노조활동에 필요한 상여금과 국가공휴일 근로 수당 등이 간노비에 책정되어야 함에도 근로자들의 통상임금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이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활동비도 마땅히 간접노무비로 책정이 돼야 한다”며 “현재 노조활동에 대해선 무급원칙으로 파업 시 경제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돈이 업체가 어떻게 쓰이는지 애당초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유용이나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회사-사용자, 일방적 계약 구조…찍히면 죽는다?

노조는 또, 회사 측이 마음대로 미화원들을 징계하거나 해고할 수 있도록 일방적으로 징계기준을 정해놓고 계약을 맺도록 해 ‘노예계약’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징계기준에 명시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일으킨 자의 경우 해고가 가능하다’는 조항 역시 사 측이 친노조 성향의 미화원들을 마음대로 해고나 징계를 할 수 있는 ‘칼’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모 업체 노조 부지부장의 경우 최근 노사 임금 교섭 중 위와 같은 사유로 3개월 정직처분을 내렸고, 노동자가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해 과다양형으로 2개월로 낮췄으나 또다시 사 측이 지노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계류상태에 놓여있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 중 지각했다거나 차량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처분을 내리기도 하는 등 사 측이 징계를 남발하면서 노조 와해 공작을 펴고 있다”며 “미화원들이 사 측 횡포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횡령, 원가 뻥튀기’ 온갖 부당행위 저질러도 처벌은 ‘뒷전’

장기독점으로 인한 각종 비위행위도 실제로 적발됐다.

4개 업체들은 지난 2014년 출고된 지 6년이 지난 차량 5대를 2013년 또는 2014년식으로 둔갑시켜 1억447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겼고, 청소차량 36대를 38대로 속이고 과다 원가산정해 9000만원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운전원과 수거원 등 88명이 일했는데 여기에 허수 5.85명분을 더 보태 속여, 총 93.85명분의 원가로 산정해 그에 따른 3억6900여만원을 부당취득한 불법행위도 적발됐다.

심지어 천연가스차량을 경유차로 둔갑시켜 예산을 탈취하거나 청소차량의 취득년도를 오래된 것으로 속여 수리수선비, 관리비 등 수 천 만원의 시 예산을 낭비하는 등의 사례도 순천시의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시는 업체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시는 이 금액을 환수 조치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아무런 징계나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러나 업체들은 온갖 부당행위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이듬해에도 시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전국민주연합노조 유형봉 순천부지부장은 “업체들이 비리를 저지르고도 계속해서 수의계약을 맺고 있는 것은 시가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 스스로가 회사경영에 관여할 수 없고 발주청이라는 인식으로 노동자들의 고충을 일체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5년 11월 열린 제197회 임시회에서 청소대행업체들의 부당행위를 지적한 박계수 의원(해룡면)은 “청소대행업체 선정이 지금과 같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미화원 처우개선은 요원하고, 순천시 행정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가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재정부담이 따르더라도 경쟁입찰 도입이나 직영전환으로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간접노무비는 근로자들에 대한 인력지원을 위해 쓰이는 돈으로 사 측의 재량범위로 허용을 했으나 많은 문제점이 노출됨에 따라 올해부턴 정산내역을 확인하기로 사 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경쟁입찰 도입 및 직영전환에 대해서 그동안 공론화위에서도 거론돼 왔던 문제고, 우선 실무선에서 논의한 뒤 허석 시장에게 보고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