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유독물질 무단 배출 ‘불법’ 논란
포스코 광양제철소 유독물질 무단 배출 ‘불법’ 논란
  • 조승화 기자
  • 승인 2019.03.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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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정비 시 브리더 통해 유해물질 등 배출…“미세먼지 생성 가중” 비판 여론 고조
포스코 “생산시설 아닌 안전장치, 적법”..道 “비상시 사용 허가…정비 해당 안돼” 반박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로를 정비하고 재가동하는 정비과정에서 내부 증기와 압력을 ‘브리더’로 배출하고 있다. (사진=광양만녹색연합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로를 정비하고 재가동하는 정비과정에서 내부 증기와 압력을 ‘브리더’로 배출하고 있다. (사진=광양만녹색연합 제공)

[광양/남도방송] 포스코가 제선공정의 핵심인 고로(용광로)를 정비하는 ‘휴풍’ 기간 중 고로 내부에 남아있는 잔재물에 대해 별도의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기로 무단 배출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가 창립 반세기 동안 침묵해 왔으며,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 논란이 표면화되지 않았다. 근래 고농도 미세먼지 등으로 악화된 대기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일 KBS보도에 따르면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집진기 등 대기오염 저감 시설을 거쳐 굴뚝으로 내보내야 함에도 아무런 여과절차 없이 오염물질을 외부로 무단 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를 정비하고 재가동하는 정비과정에서 내부 압력을 ‘브리더’라는 비상밸브로 뿜어내게 되는데 내부 유독 잔류 가스와 분진 등이 그대로 배출됐다는 것이 보도의 팩트다.

고로 정비 중 유독물질 배출, 왜?

고로 정비는 쇳물생산을 중단한 후 용광로 내부의 손상된 단열재나 풍로 등을 정비하고 잔재물을 세척하는 작업으로 진행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는 모두 9기(광양5기, 포항4기)의 고로를 현재 보유하고 있다. 제선 작업의 핵심인 고로를 정비하기 위해 연간 150여 차례에 걸쳐 가동중단과 재가동이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온도가 1500℃에 이르는 고로를 크리닝하면서 내부 압력이 급격하게 팽창하게 되는데 ‘브리더’라는 장치를 통해 가스 등 내부 압력을 외부로 빼낸다.

‘브리더’를 쉽게 비유하면 가열되는 압력밥솥이 폭발하지 않게 내부 압력을 빼내는 일종의 추와 같은 역할을 하는 압력조절 장치다.

정상 공정에서는 유해물질을 1차적으로 집진장치를 통해 필터링 한 후 일산화탄소나 아황산가스 등의 성분은 BFG홀더라는 저장탱크로 압축돼 발전시설로 이송된다. 유해물질이 걸러진 깨끗한 공기는 굴뚝을 통해 대기에 배출된다.

이와 달리 고로 정비 기간에는 고로 내부의 모든 잔재물들이 브리더를 통해 배출된다.

고로 내에는 일산화탄소, 분진과 흄, 발암성 방향족 탄화수소 등 코크스 오븐 가스와 BFG(Blast Furnace Gas) 부산물로 발생되는 화학유독물이 남아있을 것으로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유해물질들이 별도의 집진장치를 거치지 않고 배출되면서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낙진 피해와, 미세먼지 발생과 초미세먼지생성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적법한 절차..문제 없다”

포스코 측도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브리더가 생산시설이 아닌 ‘안전설비’로 분류됨에 따라 별도의 집진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브리더는 안전장치로 분류돼서 규제 제한을 받지 않는 설비로 이를 통해 배출되는 공기에 대해서는 오염물질을 측정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량의 잔류가스가 섞여서 나갈 수는 있겠으나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전 세계 모든 제철소의 공정이 동일한데도 유독 포스코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도청 “비상시에만 사용해야 한다”…환경부에 법률 검토 의뢰

반면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대기환경 관리권을 가진 전남도청의 입장은 다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근거한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에 관한 운영 기준에 따라 고로정비 기간 중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정상 배출공정에 따라 처리하거나 별도의 집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 제1항 제2호에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아니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조절장치나 가지배출관 등을 설치하는 행위는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환경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광양제철소의 고로 정비작업이 가지배출관 즉, 브리더를 사용해야 하는 이상 상황으로 보지 않는다”며 “정상적인 공정에 따라 처리하거나 별도의 집진시설을 설치해 오염물질을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제선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해야하는 고로 정비작업을 놓고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예방을 위한 비상조치로 보느냐’는 것이 사안의 요점이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정비작업이라도 정상공정에 따라 오염물질을 거른 뒤 배출해야 한다”며 “가지배출관(브리더)은 비상시에만 사용하도록 허가를 내 준 것인데 비상시가 아닌데도 사용을 해온 것은 명백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전남도는 관계법 상 분명한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다만 현재의 기술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상급기관인 환경부에 지난 4일 법적 검토를 의뢰한 상태다.

환경부로부터 회신 결과에 따라 강력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행정당국의 판단과는 별개로 고로 정비 기간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여과기술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포스코는 이미 이에 대한 다수의 특허권을 출원했지만 특허 대부분이 생산 현장에서의 적용이 어려워 사실 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인 집진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불법 논란 법적 판단 딜레마…지역사회 관심 고조

사단법인 광양만녹색연합은 8일 성명을 내고 포스코의 유독물질 무단 방류 행위를 강하게 비난했다.

박수완 녹색연합사무국장은 “증기와 함께 배출된 가스 성분에 대해 정확히 공개하는 한편,  포항 및 광양 지역주민과 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 등,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조속히 공개하라“며 포스코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포스코의 이번 논란에 대해 환경부와 전남도가 어떠한 법적 판단을 내릴지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적법행위로 판정된다면 지난 반세기 동안의 포스코 유해물질 배출 행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어 지역사회와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반면 위법 판단이 내려지면 별도의 집진시설 설치 등 배출공정을 전면 개선해야 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 수십년 간 이뤄진 화학유독물질 배출에 대한 책임론 역시 뒤따를 것으로 보여 지역사회의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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