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법원 장 씨 등 3명에 재심 청구 인용 결정...순천지원서 재심
지역사회 환영 표명.."제주 4.3 쌍둥이,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 전개"

[여수/남도방송]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1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3인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를 계기로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이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되고 있다.

대법은 지난 판결에서 군경이 적법한 절차없이 민간에 대한 체포 감금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도 이에 부합한다며 원심의 재심개시 결정에 관련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판결문에 내란 및 국권문란죄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가 명시되지 않았고, 영장의 존재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21일 열린 대법 판결에선 9명의 대법관이 재심 청구 인용에 찬성 의견을 냈다.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여순사건 진실규명결정서에 당시 군경에 의해 민간인들이 구속영장도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인 체포와 감금이 이뤄졌고, 정상적인 공판절차도 없어 즉결처분과 군사재판에 회부돼 처형을 당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관 가운데 4명은 재심 청구 인용에 반대했다. 경찰의 불법행위가 확정판결로 증명되지 않았고, 판결문이 없어 장 씨 등에 대한 사형판결이 실제 존재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장 씨 등에 대한 재심 재판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기로 했다.

71년만에 재조명되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여순사건 당시 기관사였던 장 씨는 순천역으로 출근했다가 경찰에 체포·연행됐다.

체포된지 22일만에 군사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됐고, 순천 조곡동 야산에서 총살됐다. 신씨와 이씨 등도 경찰에 의해 감금된 뒤 마찬가지로 형장 이슬로 사라졌다.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것이 이들의 혐의다. 당시 진압군은 좌익세력을 색출한다는 명분 하 무고한 양민들을 연행했고, 군사법원은 대부분 사형을 선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재판정에 서지도 못한 채 무차별 처형됐다.

2007~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438명의 민간인이 이런 방식으로 희생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장 씨 유족 등은 지난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여순사건에서 희생된 민간인 명예회복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그러나 70여년 전 당시 희생자들의 수사기록과 사형선고에 대한 판결문조차 남아있지 않은 현실에서 법리적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자칫 또 다른 역사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족들은 경찰이 영장없이 희생자들을 불법 체포 감금했고, 정상적인 재판 과정없이 처형당한 것은 '무고한 희생'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검찰은 불법 체포 감금이 입증되지 않았기에 재심은 불가하다며 항소를 거듭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재판부 재심 결정에 항소를 거듭해오던 검찰이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유가족 등 지역사회에서도 환영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여순사건유족협의회는 21일 논평을 통해 “71년동안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를 마련한 결정"이라며 "제주 4.3사건에 이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한 중대한 선고이며 향후 진행될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선고"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족들은 제주 4.3 사건과 쌍둥이로 불리는 여순 사건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사법부의 재심 개시과 함께 국회에 계류중인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동시에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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