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광/주택관리사
제가 근무하는 아파트에 가깝게 지내는 아주머니께 "아파트에 살면 무엇이 좋아요?" 라고 묻자, 그 분은 "매일 저녁 가족과 함께 먹을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될 때 아파트 창문을 열고 동서남북을 향해 쭈~욱 고개를 돌려 냄새를 맡아 보면 그 중에 맘에 드는 냄새의 음식을 준비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신다.

공동주택이 과거의 단순한 의미의 거주개념을 넘어 이제는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과 경쟁력 있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다투어 외장 가꾸기 공사 등을 하고,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문화행사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런 노력함에도 아파트 내의 주차문제, 소음문제, 쓰레기 문제, 음주 자 소란문제 등은 갈수록 증가하고 이로 인한 주민의 스트레스와 민원은 증가하고 있다.

이런 문제 등으로 적지 않은 주민이 아파트에 계속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는 현실은 이러한 개선 노력과 투자, 주민의 쾌적한 삶의 환경과는 거리가 있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조금 더 빨리!"로 통하는 페스트(fast)문화로 인해 아파트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에서도 많은 사람이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출발 라인에서 윙윙거리며 마치 제로백 테스트를 하듯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는 상황이면 누구든지 대화보다는 먼저 신고하고, 법으로 안 되면 물리적으로라도 당장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현실이 되었다.

"당신은 관리소장이면 소장답게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 당신이 뭔데 왜 한쪽 편을 들어 주는 거야!"

월중 행사로 술을 먹고 행패와 소란을 피워 피해를 주는 이웃사람을 어떻게 하던지 꼭 쫓아내야 한다고 외치고, 또 접촉사고가 발생하여 어렵게 중재하여 합의시키면 다음날 뺑소니를 했으니 무효라고 억지 부리며 서로 불신하는 등 주민의 서글픈 현실을 보고 있자면 현장에서의 관리소장의 역할은 한계에 미치는 듯하다.

자신의 방법으로 쫓아내지 못한 사람은 경찰관과 법에 면역이 생겨 갈수록 정도의 수위가 높아지고, 사소한 사고를 뺑소니로 신고하여 법으로 해결은 보았을지 모르겠지만 승강기 안에서의 서로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봐야 하는 불편함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회가 복잡할수록 정답은 간단한 것 같다.

음주소란으로 논란의 핵심에 있던 주민의 음주 습관에 맞춰 못 마시는 술이지만 낮술을 먹기도 하며 1년을 넘게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정성으로 그분을 대했다. 그 결과 그 분은 아파트에서의 길고 긴 잘못된 음주습관을 스스로 바꾸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큰 민원이 해결된 것이다. 관심을 보여 마음을 나눈 것과 나누지 못한 것의 차이였다.

더불어 사는 행복한 공동체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 위해 거창한 행사와 구호도 좋지만 더불어 사는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산 경험이다.

서로 먼저 인사하는 행동, 조금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 등 작은 것부터 실천을 해보자! 정말 살기 좋은 아파트, 쾌적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인상이 좋으신 아주머니가 작은 접시에 콩떡을 한 접시 갖고 사무실에 오셨다. 무슨 떡이냐고 물었더니 이번에 새로 이사 온 주민이라며 입주 기념으로 이사 떡을 돌린다고 하였다.

요즘보기 어려운 일이라서 "이렇게 떡을 돌릴 생각을 하셨냐?"는 물음에 대한 아주머니의 답변 한마디가 나에게 큰 희망을 준다.

"우리는 이웃사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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