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명칭 대신 '위령'으로 정정...수정안 통과
기독교단체 긴급 성명...합동추념식 불참 의사 비쳐

여수시의회.
여수시의회.

[여수/남도방송] 여순사건 희생자를 위한 조례안 제정을 놓고 여수시의회가 당초 ‘추모사업’으로 정했던 시민위원회의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위령사업’으로 수정하면서 지역사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여수시의회는 지난달 27일 열린 제191회 임시회에서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지역민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가결했다.

해당 조례안에는 평화공원 조성사어브 여순사건 희생자 관련 자료 발굴 수집, 평화인권 교육사업, 희생자 추모 및 지원 사업 등의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소관상임위인 기획행정위는 조례개정을 통해 '희생자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를 설치키로 하는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하지만 뒤늦게 주종섭 의원이 추모 명칭을 위령으로 바꾸는 수정안을 발의하면서 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졌다.

주종섭 의원이 발의한 수정안은 표결 결과 찬성 13명·반대 10명·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위령'에 대한 찬성은 서완석, 문갑태, 정경철, 고용진, 주재헌, 고희권, 김승호, 나현수, 주종섭, 강현태, 김영규, 김행기, 백인숙 의원 등 13명이었다.

반대는 송재향, 박성미, 정현주, 정광지, 강재헌, 이선효, 전창곤, 김종길, 이찬기, 송하진 의원 등 10명이었다. 민덕희 의원과 이미경 의원은 기권했다.

추모냐 위령이냐 명칭에 대한 논란의 배경에는 지난해 여순사건 70주년 사업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여순사건유족회와 종교단체, 시민위원회가 ‘추모’라는 단어를 공식 사용키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 여순사건 특위와 집행부 실무부서에서도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라는 명칭으로 통일했고, 상임위에서도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추모를 삭제하고 위령으로 재명명한 것은 기존 합의를 뒤집는 엉뚱한 발상이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주종섭 의원은 "시민추진위의 명칭을 위령 사업으로 변경하는 것은 조례의 제명과 내용의 통일성을 기하고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수정안 발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성미 기획행정위원장은 "위령으로 할 경우 여순사건 관련 행사에 기독교계에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데다 유족회도 '추모'에 동의했고, 상임위도 집행부와 협의해 '추모'로 표현하기로 했는데 '위령'으로 수정안을 내밀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며 수정안 반대 및 원안 가결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여수시기독교단체총연합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죽은사람의 혼령을 위로하는 위령이라는 용어는 신앙의 도리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독교계의 합동추념식 참여를 위해 ‘추모사업추진위원회’로 개칭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여수시는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아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첫 합동추념식을 개최했다. 당시 시민추진위원회는 위령사업과 추모사업의 두가지 명칭을 놓고 협의한 끝에 4대 종단이 다 참여할 수 있도록 추모사업으로 명칭을 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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