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희생자·유족에 국가적 책무 다할 수 있도록 할 것"

권오봉 시장이 여순사건 발발 70주기를 맞아 지난 19일 중앙동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희생자 합동추념식에서 헌화를 한 뒤 묵념을 하고 있다.
권오봉 시장이 여순사건 발발 70주기를 맞아 지난 19일 중앙동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희생자 합동추념식에서 헌화를 한 뒤 묵념을 하고 있다.

[순천/남도방송]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첫 재심이 71년만에 열려 주목을 모은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는 29일 피해자 유족 장경자(74) 씨 등이 청구한 재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사건에 대한 입장 발표와 심리 계획, 변호인 및 검찰의 의견을 확인한 후 다음 기일을 정하고 20여분 만에 첫 공판을 마무리 했다.

김정아 판사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이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아픈 과거사의 일이며 건물과 운동장 등 아로새겨진 생생한 현장이 남아있고 유족들이 재심 청구한 지 8년의 지나는 등 너무나도 길었던 통한의 세월이었다"며 "재심 재판 전 대법원의 결정문을 정독하고 자세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하지만 형사재판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절차와 증거도 없는 데다 사형선고를 두고 판결문 조차 남아있지 않아 진실규명이 현행법률상 얼마나 가능하고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책무를 위해 최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지 두려움이 앞선다"면서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길 희망하고 이 재판이 희생자와 유족에게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심을 청구인 장경자씨는 "아버지가 빨갱이로 몰려 숨진 뒤 72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이 법정서 어버니의 명예를 비롯해 수만은 여순사건의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역사가 바로 서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유족들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재판이 끝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부탁했다.

이날 재판은 당초 공판기일로 예고됐으나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됐으며, 다음 예정된 두 번째 재판도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재판에 앞서 재심 청구 7년여 만인 지난 3월21일 고 이 모씨 등 3명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 등의 유족들은 군과 경찰이 고인을 불법 체포·감금한 뒤 사형을 선고했다며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1심은 유족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 항고로 진행된 2심도 "과거사위 결정은 포괄적인 불법 체포·감금이 있었다는 취지에 불과해, 구체적으로 이들에 대해 불법 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광주지법 순천지원서 29일 첫 공판이 열리게 됐으며 여순사건에 대한 과거 진실 규명과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두 번째 공판은 오는 6월 24일 오후 2시 순천지원 형사중법정서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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