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숨긴채 살아온 무해, 치매에 걸리는데…고통·존엄의 성찰
탈북 숨긴채 살아온 무해, 치매에 걸리는데…고통·존엄의 성찰
  • 뉴스1
  • 승인 2019.06.07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부문 당선작인 진유라의 '무해의 방'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소설은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온 탈북여성 무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탈북사실을 숨긴 채 가정을 꾸리고 생활하던 무해는 초로기 치매 진단을 받는다. 이후 그녀는 홀로 남게 될 딸에게 남길 기록을 시작하고, 자신 안에 기록되지 못한 기억들이 있음을 깨닫는다.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경유하는 그 험난한 고난 속에서 기록되지 못했던 무해의 고백이 치매의 몸에서 재현된다.

변화하는 남북관계를 예민하게 감각해 축조한 이 소설은 전혀 다른 역사와 맥락을 가진 타인과의 관계 맺음이 어떻게 가능할지 질문한다. 같은 맥락에서 소설이 가장 치열하게 파고드는 탈북자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사회적 이유이기도 하다.

탈북이라는 생존의 위협을 견뎌온 무해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다시 한 번 인간 존엄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은 탈북자 문제 말고도 치매 노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고통스러운 기억마저 소중해지는 망각의 순간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소설은 치매가 만들어내는 비일상의 공간을 재현과 고백의 공간으로 바꾼다.

광범위한 취재를 바탕으로 구성된 생생한 소설적 상황은 무해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게 하는 한편, 고통을 넘어서려 한다.

신춘문예 당시 심사위원들은 "고통을 겪는 인간이 어떻게 고통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 그와 전혀 다른 사람과 어떻게 공동의 세계를 이룩하는지에 대해 차분하고도 진지하게 묻고 답한다"며 "이야기의 성분들은 우리에게 도래할 가까운 미래의 꿈을 미리 연습하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평했다.

◇ 무해의 방 /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1만2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