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연구소/남도방송]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개도국 모두가 앞으로도 늘 이렇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향후에는 오히려 이들 중에서 기후변화정책에 적극적인 국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주도적인 국가가 새로운 미래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 선진국 사례를 통해 이미 인지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한국은 과연 어느 위치에 서있게 될까?

한국은 온실가스배출량이 세계 9위임과 동시에 배출증가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나라로서 이제 더 이상 온난화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다행히 정부가 이번 코펜하겐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개도국 중 선도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 말만 믿고 반기기에는 어쩐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자발적으로 감축은 하되 성장에 필요한 만큼 배출한다는 매우 이중적인 전략을 세웠다. 여기서 정부가 말하는 자발적 감축이란 지난 11월에 발표한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의 감축목표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목표치는 COP15 공동대응단이 요구한 25% 이상 감축에 턱없이 부족함은 물론 브라질의 20% 감축목표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치이다.

이것이 과연 지난 백년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22번째로 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국가가 취할 선도적 자세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미래를 향한 에너지와 산업체제전환은 정부계획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국이 온난화문제에 있어서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당연한 자기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회의를 유치하고 토목사업을 녹색성장으로 포장하는 정치기술이 아니라, 온난화의 불평등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시장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진정성 있는 의지와 자기변화의 노력이다.

글쓴이 / 임성진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부교수(환경·에너지정책)
· 전주대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
· 제8기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전 베를린 자유대학교 환경정책연구소(FFU) 연구원
· 저서 : 『Least-Cost Planning als Losungsansatz klimabezogener Energiepolitik』,『물문제의 성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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