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꽃과 바다를 품은 남도의 동화섬 '하화도'
트래블] 꽃과 바다를 품은 남도의 동화섬 '하화도'
  • 글·사진=조승화 기자
  • 승인 2019.09.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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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핀 야생화로 '꽃섬'으로 불려...자연이 빚은 보물섬
6km 꽃섬길 장관...깍아지르는 절벽과 기암괴석 탄성 자아내
발걸음을 잠시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올망졸망 다도해 물길 사이로 점점이 떠 있는 옥수 같은 섬들. 그들을 벗 삼아 유유자적 길을 걸으니 섬 사람들의 삶이 정겹다.
여름내 짙은 청록으로 물들었던 섬은 점점 갈색 빛으로 익어 간다. 바다너머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얼굴을 매만진다.
마치 파우더를 채반에 거른 듯 대지에 폭삭이 내려앉은 순백의 부추꽃, 섬 어귀 곳곳에 핀 코스모스는 섬객을 향해 ‘잠시 쉬어가라’ 손짓한다.
아랫꽃섬, 하화도의 가을 서정이 내게로 다가왔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하화도.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하화도.

화도(花島)는 꽃섬을 한자로 표기한 땅이름이다.

웃꽃섬은 상화도, 아랫꽃섬을 하화도라 한다. 원래는 섬의 모양이 길게 꼬지모양으로 생겨 ‘꼬치섬’이라 한다.

해안지형에서 곶(串)이라고 하는 길게 튀어나온 형상을 꽃과 비슷하게 발음하면서 의미도 꽃이 많이 피는 곳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섬 전체가 진달래꽃과 선모초 등 꽃이 많아 꽃섬이 되었다고 믿는다.

하화도는 이름난 섬에 묻혀 아는 이도 많지 않고 찾는 이도 드문 섬이었다. 불과 수년전 꽃섬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전까지 외로운 섬이었다.

하지만 하화도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오는 이들에게는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값진 보물섬이다. 보물이란 다름 아닌 꽃으로 단장한 하화도를 한바퀴 도는 6km의 둘레길.

그 이름도 어여쁜 ‘꽃섬길’이다. 철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하화도 전경.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하화도 전경.
하화도 꽃섬길 트레킹 도중 바라본 마을 전경.
하화도 꽃섬길 트레킹 도중 바라본 마을 전경.

봄에는 동백꽃과 나리꽃, 진달래, 가을에는 구절초 등 사시사철 야생화가 어우러져 화사함과 우아함을 드러낸다. 푸른 하늘과 바다의 매력에 취하고 야생화 꽃향기에 한 번 더 취하는 길이다.

대동여지도 제작자였던 김정호가 편찬한 ‘대동지지’에는 ‘큰 꽃섬과 작은 꽃섬을 비롯해 안도, 낭도, 두음방도 등이 모두 백야곶의 서남쪽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화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선조 25년(1592)에 일어난 임진왜란이 동기가 되었다.

하화도를 만나러 가려면 여수에서 배를 타야 한다. 고속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여수여객선터미널, 승용차를 타고 간다면 백야도 선착장이 편리하다.

여수 백야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40여분 달려 도착한 하화도. 선착장에 다다르자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섬, 하화도. 뭍에 내려서면 바위에 ‘아름다운 꽃섬 하화도’ 라고 적힌 커다란 글이 눈에 들어온다.

하화도 마을 어귀에 그려진 벽화.

꽃섬길은 3가지 방향 중 선택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소 방향 또는 휴게정자 방향, 그리고 해안을 따라가는 큰굴 방향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나를 선택해서 시작한다.

새롭게 단장한 마을 해안길을 따라 큰굴을 향해 걷는다. 마을 담벼락에는 정성스레 그린 소박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은 아니라도 정겨운 하화도 풍경과 잘 어울린다.

마을을 지나면 잔잔한 바다가 소리 없이 발밑에 와 닿는다. 파도 소리가 크지 않아 귓전에 와 닿는 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다.

하화도에 핀 부추꽃.
하화도에 핀 부추꽃.
야생화에 앉은 나비.
야생화에 앉은 나비.

해안가 옆에 핀 부추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부추꽃은 섬의 색다른 볼거리다. 마치 채반에 파우더를 거른 듯 폭삭히 내려않은 꽃 주변으로 꿀을 빨려 달려드는 나비떼들 또한 장관이다.

해안길에서 큰굴까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좋다. 큰굴은 하화도가 품고 있는 최고의 비경 중 하나다.

깎아지른 절벽과 절벽 사이에 파도가 들이치고, 절벽 아래에는 커다란 동굴이 있다. 절벽을 타고 내려갈 수도 없고, 배를 타고 접근하기에도 위험한 지형이다. 그저 멀리서 자연이 만들어 놓은 멋진 경관을 감탄하며 바라만 볼 뿐이다.            

큰굴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섬 정상부로 오르는 길이 시작된다. 오르막길이라고 거친 등산로가 아니다.

생태 탐방로라 이름 붙은 길은 걷기 용이하도록 목재데크로 조성했다. 계단식으로 되어 걷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하화도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나무가 우거져 한 걸음 한 걸음 들으며 들이마시는 숨마다 피톤치드가 묻어들어 기분이 상쾌하다. 간간이 나무 사이로 내비치는 바다도 걸음을 가볍게 한다.

그렇게 10여분간 올랐을까. 막산 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하게 펼쳐진 수평선과 마주한다.

드론을 띄워 상공에서 내려다 본 하화도 출렁다리.
드론을 띄워 상공에서 내려다 본 하화도 출렁다리.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막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막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높이 65미터에서 100미터 길이로 협곡을 이어주는 하화도 꽃섬 출렁다리는 섬의 최고 명물.

흔들리는 다리위에 서면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출렁이는 다리 위에 몸을 맡긴 이들의 탄성이 연발한다.

발끝 아래 깍아지르는 스릴을 만끽하면서도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묘미다.

깻넘전망대가 모습을 보인다. 나무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파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감상한다.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단순한 풍경이지만, 단순함에서 전해지는 멋진 기운에 호연지기를 느낀다.

다시 300m 정도 걸으니 새로운 전망대가 등장한다.

큰산전망대다. 발아래 하화도의 해안선이 길게 펼쳐진다. 먼 바다는 움직임이 없는데 파도는 연신 섬을 때린다. 섬은 파도의 몸짓을 말없이 보듬는다. 마치 하화도가 뭍사람들의 발걸음을 포근하게 품듯이.

큰산전망대를 지나면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이다.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풀로,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 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백색과 담홍색으로 핀 꽃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준다. 하화도의 고요함과 조화를 이룬다.

구절초공원에서부터 숲길이다. 잠시 바다를 뒤로하고 산속을 걷는 기분을 만끽한다. 울퉁불퉁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걷는 기분이 좋다. 아스팔트길처럼 딱딱하지 않고 쿠션감이 전해진다.

10분여를 지나니 드디어 인가의 흔적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비탈에 조성된 밭이다. 밭 뒤로 마을이 보인다. 화사한 주황색 지붕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밭이며, 나무며, 집이며, 모두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서정적 풍경인데, 느낌은 어딘지 이국적이다.

마을이 보이니 바로 내려갈 수도 있으나, 길은 마을 뒷산을 감싸고 돈다. 꽃섬길의 화룡점정을 하려면 길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신병은 시인의 시.
신병은 시인의 시.
나룻배 터.
나룻배 터.
하화도의 기암절벽.
하화도의 기암절벽.
코스모스 꽃밭.
코스모스 꽃밭.

바다가 보이는, 풀이 길게 자란 오붓한 길이다. 깊은 산중의 길이 아닌 친구를 만나러 가는 마실길 같기도 하고, 시골 고향집 찾아가는 오솔길 같기도 하다.

마음이 정겨우니 발걸음마저 가볍다. 그렇게 산길을 에둘러 걸으면 선착장에 닿는다. 꽃섬길을 걷고 나면 몸과 마음이 섬의 자연을 모두 빨아들인 것처럼 청량하다. 큰 궁전의 잘 정돈된 정원을 산책한 기분이랄까.

긴 모양이 소의 머리를 닮은 ‘윗꽃섬’ 상화도는 하화도와 다정한 연인처럼 마주하고 있다. 꽃섬이라는 이름이 주듯 하화도 못지 않은 야생화단지와 2km가 넘는 생태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우뚝 서있는 고흥 나로우주센터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오르고 내리기 1시간 정도의 상화도 탐방로는 야생화가 만개하는 봄철과 가을철이 더 아름답다.

하화도에는 민박이나 음식점, 슈퍼 등이 따로 없다. 꽃섬길을 걸으려면 도시락, 물 등 필요한 물품을 챙겨가야 한다.

섬 전체를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므로 갑작스런 기상변화로 배가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숙박을 하게 되는 경우는 없다.

만약 섬에서 하룻밤 묵고 싶다면 마을이장에게 미리 연락해 마을회관 등에서 숙박할 수 있다.

하화도 마을 어귀의 풍경.
하화도 마을 어귀의 풍경.

여/행/안/내

총 길이 6km / 3시간

1. 여수여객선터미널發 하화도行 6:00, 14:00 1일2회(하계 1일 3회 운항)
  낭도發  7:20, 15:10  소요시간 1시간 10분 / 요금 9700원 / 태평양해운  061)662-5454

2.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發 하화도行 8:00, 11:30, 14:50 1일3회
   낭도發 09:50, 13:40, 17:00 소요시간 30분 / 요금 6500원 / 문의 061)686-6655

3. 코스
 선착장 - 정자 -  순넘밭넘 구절초 공원 - 큰산전망대 - 깻넘전망대 - 큰굴 -   막산전망대 - 애림린 야생화공원 -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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