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경 변호사.
김용경 변호사.

갑은 지난달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갔다가 친구들의 강권에 견디다 못하여 소주 몇 잔을 마시고 차를 몰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단속에 적발되어 혈중알콜농도가 0.09%로 나와 운전면허취소처분을 받았습니다.

영업사원인 갑의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가정의 생계가 곤란하여 운전면허취소처분에 대하여 불복하고자 합니다. 운전면허취소처분의 기준 및 불복절차는 어떻게 되는지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제91조 제1항 [별표28]에 의한 취소처분개별기준을 보면, 혈중알콜농도 0.08% 이상의 상태에서 운전한 때에는 사고를 야기(惹起)시키지 않았어도 면허취소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상위법률인 도로교통법 제93조는 '지방경찰청장은 ...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 운전면허의 취소 또는 정지여부는 행정청(지방경찰청장)의 재량행위라 할 것입니다.

다만, 취소 또는 정지여부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으나 보통 음주운전의 동기, 음주정도, 무사고운전경력, 음주 후의 운전거리 및 사고 여부, 운전면허의 취소로 입게 될 불이익(생계수단 등)등을 참작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편, 위 운전면허행정처분기준은 그 규정의 성질과 내용이 운전면허의 취소처분 등에 관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기준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국민을 기속(羈束)하는 효력은 없습니다(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누2083 판결).

위와 같은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방법과 관련하여「도로교통법」제142조는 '이 법에 의한 처분으로서 해당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갑은 운전면허취소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반드시 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하여야 하고(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는 날로부터 180일 이내, 행정심판법 제27조 제1항 및 제3항), 행정심판의 재결에 불복할 경우에는 행정심판재결서정본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90일, 재결이 있는 날로부터 1년 내에 소를 제기하여야 합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및 제2항).

한편, 운전면허취소처분과 관련하여 판례는 '가구점 운전기사가 자신의 집에 도착하여 주차할 장소를 찾기 위하여 돌아다니다가 경찰관에게 적발되었고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아무런 사고를 일으키지 아니한 경우,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되면 그의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입게 되는데 주취운전이 운전면허행정처분의 기준에 해당한다는 점만을 내세워 그 운전면허를 취소까지 한 것은 도로교통법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목적의 실현보다는 그로 인하여 운전기사가 입게 될 불이익이 너무 커서 이익교량의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한 판례(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누9686 판결)가 있습니다.

반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가 크고 운전면허 취소에 있어서는 일반의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와는 달리 그로 인한 당사자의 불이익보다는 교통사고 등을 방지하여야 하는 일반 예방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바, 특히 운전자가 자동차운전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라고 한 판례(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누16523 판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갑의 경우 운전면허취소처분이 정당한지 여부는 위 처분기준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나, 최근의 판례는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장애인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가 크므로 행정청의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라고 하였습니다(2006. 2. 9. 선고 2005두13087 판결).

따라서 공익상 필요를 특히 강조하고 있는 최근의 경향에 비추어 보면 갑은 구제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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