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출 직원 색출령...당사자 200km 떨어진 신안 홍도로 발령
지역 정가 '사죄' 촉구…군민들 “전근대적 사고방식” ‘부글부글’

송귀근 고흥군수.
송귀근 고흥군수.

[고흥/남도방송] 고흥군이 군수의 촛불집회 폄하성 발언을 녹음해 유출한 공무원을 200km가 넘는 낙도로 발령내는 보복성 인사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송 군수는 작년 9월30일 군청 주간업무 간담회에서 공무원들에게 집단 민원에 잘 대응하라고 지시하는 과정에서 “집단 민원은 몇 사람의 선동에 의해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지금 촛불집회도 마찬가지”라며 ”몇 사람이 하니까 나머지는 그냥 따라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 군수의 당시 발언은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비쳐줘 거센 비난 화살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송 군수는 “촛불집회의 진정성을 폄하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없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고흥군이 송 군수의 발언을 유출한 직원 색출에 나서면서 또다시 문제가 됐다.

군은 한 면사무소를 지목해 직원 5명을 조사했다. 포렌식 업체까지 동원해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흥군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제출을 거부한 6급 직원 A씨가 유출자로 특정됐고, A씨는 이달 7일자 정기인사에서 고흥에서 200㎞ 떨어진 신안군 홍도로 발령이 났다.

고흥에서 홍도까지 직선거리는 190km로 고흥에서 남해고속도로를 2시간 정도 달린 뒤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 이상 가야 도착한다. 사실상 출퇴근이 불가한 거리로, 가족과 떨어져 섬에 마련된 관사에서 생활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낙도는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근무지로, 유배지로 비하되기도 한다.

고흥군의 조치에 대해 A씨는 “부당 인사로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군은 “자치단체 간 1대1 파견 근무로 보복성 인사는 아니다”고 부정했다. aposta aviator

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지역위원회는 9일 “송 군수가 보복성 인사로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며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김주식 전 고흥군의원(67)은 이날 오후 고흥읍사무소 앞에서 ’보복성 인사는 현대판 유배’라는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고흥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노동조합 게시판에도 이번 인사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군민은 ”반성은 못할 망정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내부자 색출한다며 예산을 써가며 포렌식 업체까지 동원했다”며 ”휴대전화를 제출 안 한 공무원을 홍도로 발령을 낸 고흥군수를 강력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식 전 군의원(67)이 지난 9일 고흥읍사무소 앞에서 ’보복성 인사는 현대판 유배’라는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주식 전 군의원(67)이 지난 9일 고흥읍사무소 앞에서 ’보복성 인사는 현대판 유배’라는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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