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지표 유리하게 해석해 전국 1위 결과 조작...왜곡된 보도자료 배포
담당 팀장 “보도자료 초안 결재 과정서 과장 별 문제 삼지 않아...부적절했다”

광양시는 14일 배포한 ‘신혼부부가 전국서 가장 살고 싶은 동네 1위… 광양시 중마동’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전국 읍면동 가운데 대한민국 신혼부부가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동네 1위는 광양시 중마동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살고싶은 우리동네’(sgis.kostat.go.kr)’ 통계 결과를 인용해 발표했다. 광양시가 캡쳐해 배포한 홈페이지 화면.
광양시는 14일 배포한 ‘신혼부부가 전국서 가장 살고 싶은 동네 1위… 광양시 중마동’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전국 읍면동 가운데 대한민국 신혼부부가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동네 1위는 광양시 중마동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살고싶은 우리동네’(sgis.kostat.go.kr)’ 통계 결과를 인용해 발표했다. 광양시가 캡쳐해 배포한 홈페이지 화면.

[광양/남도방송] 광양시가 무리한 인구빼가기로 인근 지차체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구·정주여건과 관련된 정부의 통계자료를 제멋대로 해석해 잘못된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 부적절한 홍보로 빈축을 사고 있다.

광양시는 14일 배포한 ‘신혼부부가 전국서 가장 살고 싶은 동네 1위… 광양시 중마동’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전국 읍면동 가운데 대한민국 신혼부부가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동네 1위는 광양시 중마동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살고싶은 우리동네’(sgis.kostat.go.kr)’ 통계 결과를 인용해 발표했다.

광양시는 중마동이 1위로 선정된 결과에 대해 “저렴한 아파트 가격과 편리한 대중교통을 원하는 신혼부부에게 전국서 가장 최적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살고싶은 우리동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광양시가 통계조사를 자의적으로 왜곡한 사실이 드러났다.

통계청의 '살고 싶은 우리 동네'는 자연, 주택, 지역 인구, 안전, 생활 편의 교통, 교육, 복지문화 등 7개 분야 34개 세부지표 가운데 9개 지표를 선택해 동네를 검색할 수 있다.

통계청은 ‘라이프스타일 별 지표’ 7개의 카테고리를 구성, 각 특성에 맞는 지표를 설정해 1위부터 10위까지 지자체의 순위를 매겼다.

라이프스타일 별 지표에는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 '문화생활이 좋은 1인 가구', '육아에 열중하는 신혼부부', '어린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중고생을 키우는 학부모', '왕성한 액티브 시니어', '편안한 휴식이 좋은 은퇴세대' 등이 구성됐다.

광양시가 자신들이 1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는 '육아에 열중하는 신혼부부'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엉뚱하게도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두호동이 1위로 검색된다.

오히려 전남 순천시 덕연동이 2위, 전남 순천시 왕조 1동이 5위로 검색된다. 광양시 중마동은 10위권 내에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광양시가 도출한 통계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광양시 전략정책담당관 인구정책팀에 확인한 결과 황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광양시는 ‘육아에 열중하는 신혼부부’에 해당하는 8개 지표 가운데 대기오염도와 주거면적, 노후주택비율, 유치원 및 보육시설, 잡화점 수 등 5개 항목을 임의로 삭제한 뒤 해당 카테고리와 관련이 없는 면적당 아파트 가격 지표를 첨가했다.

사실상 대기오염도가 심한 광양시 여건에 불리한 지표는 삭제하고,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가격 등 유리한 지표만 넣어 1위가 나오도록 결과를 조작한 것이다.

실제 이런 방식으로 일부 지표를 자의적으로 넣고 뺄 경우 얼마든지 통계결과 왜곡이 가능한데도, 이를 알고도 짜맞춘 셈이다.

이에 대해서 담당 부서도 통계 결과 도출방식이 부적절 했음을 시인했다.

담당 팀장 A씨는 “전남의 인구 고령화와 소멸율이 높은데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언가 산뜻한 것이 필요해 고민했다”며 “광양시 인구가 전남에서 가장 젊고 그 중에서도 중마동이 신혼부부의 인기가 높다는 점을 홍보하고 싶어 통계조사를 인용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이 팀당은 “보도자료 초안을 홍보팀으로 넘기기에 앞서 과장님 결재를 맡았고, 과장님에게 일부 지표를 넣고 뺀 사실을 말씀드렸는데 별 문제삼지 않았다”며 “지역에서 인구문제가 민감한 것은 알고 있고, 시장에게 충성하고 싶은 마음에서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광양시는 연말마다 인구 늘리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근 지자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행안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광양시 인구는 15만6750명, 여수는 28만2786명, 순천 27만9598명으로 집계됐다.

광양시는 10월 15만119명에서 11월 15만1592명으로 점차 늘었으며, 12월은 15만6750명으로 5158명이나 증가했다.

이들 3개시 가운데 연말이면 유독 광양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연초가 되면 다시 인구가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공무원을 동원한 무리한 인구전입으로 하여금 위장전입 등 불법을 부추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광양시가 자신들이 1위라고 주장하는 '육아에 열중하는 신혼부부'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엉뚱하게도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두호동이 1위로 검색된다.
광양시가 자신들이 1위라고 주장하는 '육아에 열중하는 신혼부부'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엉뚱하게도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두호동이 1위로 검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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