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순천농산물도매시장을 찾아…

■ 이 기사는 남도신문 창간호 1월 12일자 신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순천/남도신문]부릉..부릉.. 배추를 가득 실은 화물트럭이 도매시장으로 들어와 주차를 하기가 바쁘다. 대기해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배추 하역작업 준비를 한다. 화물차 운전자로 보이는 사람이 포장을 걷고 하역 준비가 마무리 된다.

화물차 포장이 걷어 치워지자 배추를 보기위해 중도매인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어 물건의 생산지 등을 살펴본다. 잠시 후 물건 하역을 담당한 사람들이 작업을 시작한다.

여차.. 여차..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시작되는 하역작업은 이내 숙련된 노련한 솜씨의 작업자들이 언제 배추가 차에 실렸는가 할 정도로 금 새 하역작업을 끝낸다.

이렇게 하역된 농산물들은 남도각지에서 생산된 농산물들로 매일 이곳으로 들어와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만나 우리 식탁에 오른다.

 

▲새해에는 딸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해룡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작업자들이 배추를 하역하고 있는모습>  남도신문/임종욱기자.

 

잠시 후 경매사로 보이는 사람이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경매장으로 들어온다. 경매가 개시 될 것 이라는 경매사의 말이 떨어지자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중도매인들이 우르르 경매사 앞에 쌓여있는 농산물로 모여든다.

고구마, 오이, 호박, 가지, 부추 등이 담긴 상자에 새겨진 생산자의 얼굴들..., 애써 기른 자신의 물건에 품질을 보증하는 농심들의 마음은 아닐까?

곧 이어서 중얼 거리는 경매사의 입담은 도통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만 그 말이 경매를 진행하면서 경매의 흥을 돋우는 말이란다.

쌓여 있던 물건 하나하나가 값이 매겨지며 경매장은 이내 활기가 돈다. 현재 이곳의 경매는 전자 경매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관계로 생산자와 일반인도 인터넷으로 집에서 경매과정을 알 수 있다.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 경매장이 이런 시스템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 운영을 도맡아 운영하는 2개의 법인(남도청과, 원예농협)들이 적자를 감소하고 지금껏 투자를 선행했기 때문이다 고 한다.

10년 전 도매시장 개장 후 황무지나 다름이 없었던 이곳 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수도권 대도시의 경매가격 경쟁력이 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지역 농산물도매시장들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이런 상황 속에 '순천농산물도매시장'의 갈 길은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개장 후 도매시장 운영 주 들은 당시 이곳에 들어 올 때 입버릇처럼 다들 망해서 나올 것이라고 주위에서 수근 거렸다. 아니라 다를까 수도권으로 몰리는 물량들은 이곳 운영 주들의 관리비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만 갔다.

개장 후 매일 매일이 적자의 연속으로 이런 상황들이 5~6년... 버틸 사람들이 없었다. 실제로 많은 중도매인들이 이곳에 내려와 경매에 참여하다 바뀐 사람들만 수십 명으로, 두 운영 주들 역시 포기하고 그냥 손을 들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 도매시장 두 대표들은 적자를 무릅쓰고도 무슨 배짱이 있었는지 아마 오늘날의 도매시장이 활성화가 되도록 눈물겨운 삶의 고충이 뒤따랐다고 한다.

 

▲남도청과 주윤식 대표와 임직원들이 순천시 인재육성장학회에 기금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남도청과는 이 밖에도 차상위계층 사람들을 위한 복지후원을 지속하게 펼치고 있다.  남도신문/임종욱기자.

특히 "남도청과 주윤식 대표는 이곳의 경매가가 대도시보다 높게 형성 될 리 만무한 상황에서 도매시장 활성화를 시키기에 지난 7~8년간은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또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이젠 절대로 하지 않겠다." 라고 말한다.

□ 생산자와의 '신뢰'는 곧 소비자와 믿음으로 이어져

주 대표는 오직 생산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번 거래를 하면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신뢰'는 오늘날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들어오게 하는 그 만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중간상인들과 농산물 생산지에서 거래가 있다는 정보만 있으면 직접 현장을 달려가 설득과 협상을 반복, 또 직접 농산물 운반 차량을 운영해 생산자들이 안심하고 판매를 하도록 운반서비스 대행으로 농산물 들을 확보해가는 전략을 썼다.

주 대표 특유의 배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번 시작을 하면 끝을 본다. 주 대표는 '어려운 만큼 오히려 위기는 찬스가 될 수 있다'는 그 만의 '오기와 경험'으로 투자를 늘려 오직 신뢰로 당일 경매 시세와 서울 대도시 수준으로 유지 시켜주는 "실거래가 보존" 이라는 카드를 커내 농가들의 발을 묽었던 것이다.

말이 쉽지, 이렇게 "실거래가 보존"으로 쏟아 부은 돈이 수십억이나 됐다고 한다. 집과 부동산을 이미 은행에 담보로 다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그런 상황이 수년간 이어졌지만 아무튼 '실거래가 보존'을 도입한 덕분 이었는지? 서서히 이곳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행도 한몫 했다. 주 대표의 배짱을 믿고 신뢰해 끝까지 믿고 도매시장을 살리는데 일조를 했다. 실제로 운영 도중에 은행과의 어려운 고비는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무실 한 칸에서 먹고 자며 집에 들어가길 포기한 주 대표를 보고 은행도 감탄했다고 한다. 내가 망하면 이곳에 종사하는 사람들 전체에 피해 갈 수 있다는 주 대표의 책임감을 은행이 높게 평가한 것이다.

많은 직원들이 못 버티고 바뀌는 등 지금생각하면 이렇게 도매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하는 주 대표, 하지만 '자기를 믿고 따라온 직원들한테는 늘 고맙고 또 미안할 뿐'이라고 한다.

 

 

▲정병두경매사. 자신이 경매를 진행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때 가장 보람있다는 정씨, 이곳'해룡농산물도매시장' 개장과 함'께 지금까지 이곳에서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새해에는 경기가 살아나 땀 흘려 일한 농부들이 대접받는 시절이 됐으면 한다고 새해 소망을 빌었다.  남도방송/임종욱기자.

 

그동안 도매시장 개장 이래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특히 그 많던 사람들이 이곳에 내려와 지금껏 의리를 변치 않고 도매시장과 세월을 보내온 이들이 있는데... '정병두 경매사'는 참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 중에 한사람이다.

"정 경매사와 현재의 직원들은 이곳 경매장이 생긴 이래 지금껏 이곳에서 경매를 진행하며 농산물도매시장과 함께해온 이곳의 숨은 주역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도매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근간은 아닌가 싶다"고 한다.

취재도중 정 경매사는 "애써 농민들이 가꿔 출하한 각종 농산물들을 자신의 손으로 경매가 돼서 높은 값으로 거래가 될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씨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해 사실상 하루 24시간 운영되는 이곳에서 경매사와 중도매인, 그리고 각종 상인들과 하역 인부들, 그리고 소비자들과 하루 를 이곳 도매시장에서 보낸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경매 값이 잘 나왔을 때 제일 보람이 있다'고 한다.

□ 300여명 관련 종사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이곳은 매일 각종 농산물들이 80여명의 중도매인들 손에서 경매가 이루어진다. 또 화물을 싣고 나르는 운전원 들을 포함해 무려 300여명 종사자들이 전남 일원에서 과일과 채소 등의 농산물과 살고 있다.

전남 동부권 일원 대형마트도 이곳 '도매시장'에서 거래돼 납품되는 물량이 자그마치 50%에 육박하고 있다. 아울러 인근 광양지역 대형마트 등에도 약 15%, 여수와 고흥, 벌교, 경남 하동 등지에 약40%~10%를 이곳 도매시장에서 물량이 담당하고 있다.

하루 거래되는 물량은 여름철에 약 400톤 ~ 500톤가량, 비수기철인 겨울에 약 2500~ 300톤 정도가 거래되고 있다. 매일 15대의 화물차량이 호남은 물론 일부 경북지방까지 가서 농산물을 싣고 와 도매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거래 물량은 주로 전남 일원의 농산물이 약50%, 과실류는 경북, 감귤 제주도, 포도 사과 복숭아는 주로 경북 의존.. 옆체류는 나주, 남평, 곡성, 남원 등지에서 싣고 온다.

하지만 순천지역은 오이와 깻잎, 배추가 일부 생산되고 있으나 아직도 대도시 쪽으로 물량이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으로 소비의 한계가 있다. 전남 동부의 인구규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향후 신대지구와 율촌산단의 활성화는 이곳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순천오이는 경매 낙찰가가 대도시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나오는 이유로 경쟁력이 떨어져 90%(낙안, 서면, 별량, 벌교, 광양, 여천)가 외부 지역(대도시)으로 출하, 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중?소규모 생산자들은 이곳 법인들이 수년 전부터 운영해온 "농산물판매 대행 서비스" 덕분에 이곳 도매시장의 중요한 손님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또 앞서 거론 했듯이 중?소규모 생산자들의 물량을 직영차량을 통해 직접 수집, 운반, 유통(경매)을 대행한 이곳 법인들의 노고가 이곳에 물량이 꾸준하게 늘고 있는 대목이다 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영세 농산물생산자 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로, 이렇게 수집, 운반, 경매를 대행 해 주다보니 농가는 안정적으로 생산에만 기울이게 돼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순천과 가까운 일반 농가들은 생산지에서 당일 포장을 해 차량에 상차가 되면 경매장을 굳이 오지 않아도 물량과 당일 거래 시세를 집에서 컴퓨터로 볼 수 있고 대도시 경매가 와도 비교가 가능케 하게 할 수 있는 전자경매 서비스가 돼있다.

그동안 출하 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대규모로 투자를 해온 이곳 법인들의 노력과 "전자경매 시스템을 시설해 농가들의 공판장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이곳 두 법인들의 생산자와의 '신뢰'는 곧 소비자들에 믿음을 얻을 수 있다"는 철학 때문에는 아닌지 싶다.

□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이들이 있어 우린 매일 '신선한 먹거리'를 먹는다.

현재 이곳 도매시장에서 순회 수집으로만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하고 있다. 코스별로 매일 생산되는 농산물을 싣고 오기위해 산지를 방문해 농산물을 싣고 와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상추가 20짝 나오는 인근 농가에서 서울까지 가면 '배보다 배꼽'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또 개인들이 이곳 경매장까지 싣고 나오면 운반비와 시간 등의 낭비로 농가 경쟁력이 약화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곳 도매시장은 현지에 차량을 직접 보내 농가의 농산물들을 실어 나르면서 경매와 대금 지급까지 1일 이내 처리되는 원스톱 처리로 농가들의 절대적인 신뢰로 생산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4월 이면 이곳은 개장한지 10년이 된다. "처음 황무지에 내려와 들어가면 다 망할 것이다."는 생각을 불식 시키고 운영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전자경매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춰 시행한 성과는 한해 2개 법인이 약 800억 원 가량을 소화시키는 성과를 가져왔다.

"전남 동부권 시민들이 매일 신선한 각종 농산물 등을 먹을 수 있도록 안정정인 공급에 기여하고 있는 이곳 사람들이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신선한 과일 등을 먹고 있어 감사하다."

"새해에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땀 흘린 사람들이 대접받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 이곳 사람들의 소망처럼 올해도 우리함께 힘찬 새해를 맞아보자. 정리 임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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