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순천만 갯벌 복원…안전불감이 빚은 人災
죽음 부른 순천만 갯벌 복원…안전불감이 빚은 人災
  • 조승화 기자
  • 승인 2020.04.24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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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고향서 조업하던 70대 어민, 물에 빠져 숨져
어민들 “갯벌 복원사업 이후 물살 거세져…목숨 걸고 조업”
시 “불법 어업이 문제…안전조치하라고 자재 사다 줬다” 해명
장삼마을 청년회장 이장연(59) 씨 부부가 흐름가 거센 물길을 피해 깊은 웅덩이로 제방을 건너고 있는 아찔한 장면. 이 씨는 “갯벌 복원사업으로 둑을 마구잡이로 허물다보니 제방을 넘나드는 물살이 급격하게 세졌고, 이제는  40~50대 젊은 사람들도 물길을 함부로 건널 수 없다”며 “한창 조업기인데 한 푼이라도 벌려면 목숨 내놓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삼마을 청년회장 이장연(59) 씨 부부가 흐름가 거센 물길을 피해 깊은 웅덩이로 제방을 건너고 있는 아찔한 장면. 이 씨는 “갯벌 복원사업으로 둑을 마구잡이로 허물다보니 제방을 넘나드는 물살이 급격하게 세졌고, 이제는 40~50대 젊은 사람들도 물길을 함부로 건널 수 없다”며 “한창 조업기인데 한 푼이라도 벌려면 목숨 내놓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순천/남도방송] 순천시가 순천만 갯벌 복원과정에서 해당 사업지 주민의 안전을 외면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순천 별량면 학산리 폐염전부지 31만㎡에 ‘순천만 갯벌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초의 갯벌 복원 시범사업으로 국비를 포함해 68억 원이 투입됐다.

기존에 시설된 염전과 양식장을 허문 뒤 조류의 자연적인 흐름에 따라 뻘이 쌓이도록 해 갯벌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난 2016년 말부터 기본계획 연구용역에 착수해 토질조사와 부지매입을 끝내고 지난해 4월 공사업체와 계약을 맺어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지 내 제방을 허물면서 유속이 빨라져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업구역에서 조업하는 장삼마을 주민들은 60여 가구 가운데 10여 가구가 건각망을 이용한 맨손어업으로 해안가에서 칠게나 짱뚱어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는 마을 앞 해안가에서 조업장까지 가는 갯벌 곳곳에 깊은 물골이 파인 데다 유속이 거세 조업에 분주한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일 오후께 75세 김 모 씨가 조업을 나가다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충격에 빠져 일손마저 놓은 상태다.

주민들은 김 씨가 이 지역에서 40년 가까이 조업을 해오면서 갯벌과 주변지형에 익숙한 데다 평소 지병도 없었는데도 변을 당한 것은 안전대책을 등한시 한 갯벌복원 사업이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주민들은 시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 평가 등을 통해 조류 흐름이 기존에 비해 거세질 것을 예측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은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자 인재(人災)라고 지적하고 있다.

순천시가 순천만 갯벌 복원 사업 과정에서 사업지 내 제방을 허물면서 유속이 빨라져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순천시가 순천만 갯벌 복원 사업 과정에서 사업지 내 제방을 허물면서 유속이 빨라져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마을 청년회장 이장연(59) 씨는 “갯벌 복원사업으로 둑을 마구잡이로 허물다보니 제방을 넘나드는 물살이 급격하게 세졌고, 이제는  40~50대 젊은 사람들도 물길을 함부로 건널 수 없다”며 “한창 조업기인데 한 푼이라도 벌려면 목숨 내놓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 김 모(50) 씨는 “주민 안전문제가 시급하니 시에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고령의 주민이 조업을 나가다 물에 빠져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시가 안전대책 마련에 여전히 뒷짐 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 모(67) 씨는 “수십 년을 이곳에서 칠게잡이로 먹고 살았지만 마을 주민 누구 하나 조업 중 사고를 당한 적은 없었다”며 “마을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또 사고가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한 심정”이라며 불안해했다.

김 모(84) 할머니는 “깊게 팬 물웅덩이에 빠져 죽을뻔한 적도 있고, 자칫 물살에 떠밀리게 되면 주변에 구조해 줄 사람도 없다”며 “자식들의 만류로 올해부터 선 조업을 아예 포기했다”고 푸념했다.

김용수 마을 이장은 “이 같은 문제로 적어도 다섯 번 이상 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여태껏 묵묵부답”이라며 “갯벌 복원사업으로 주민안전에 상당한 위협이 따르고, 어업권 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는데도 시가 이에 대해선 어떠한 보상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일방적인 주민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될 일”이라고 목청높여 말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는 주민들의 불법어업을 탓으로 돌리면서 민심과는 동떨어지게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허가된 어구를 사용하지 않고 PVC 통발을 사용하는 등 주민들이 불법어업을 하면서 사고가 난 것이다”며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차례 현장에 다녀왔는데 유속이 빠르다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물살이 센 곳을 주민들이 오갈 수 있도록 파이프 등 자재를 사다가 어촌계에 줬는데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물에 떠밀려갔다. 안전대책을 재차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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