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앙당,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지침 하달 “당론 따르라”
국회의원 당선인, “알아서 단일화해라”, “이번엔 우리 지역구 후보가”
“당 눈치에 시민 대변자 역할 제대로 하겠나” 식물의회 전락 우려

여수시의회 본회의 장면.
여수시의회 본회의 장면.

[여수/남도방송] 여수시의회 하반기 의장선거에 여당과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개입하면서 입살에 오르고 있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산실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기초의회가 정당정치에 휘둘리면서 시민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비판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의회와 정가에 따르면 오는 7월15일 제203회 임시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의회가 개원한다. 이에 앞서 내달 29일 의장과 부의장을, 7월1~2일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

하반기 의회를 이끌 신임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원구성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의장 출마자들의 면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선 갑지구에선 3선의 전창곤 의원과 동선의 이상우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을지구에선 2선의 주재현 의원과 이찬기 부의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김종길․강재헌 의원도 가세했다.

여기에 7선의 서완석 의장도 하반기 의장에 또 다시 나설 것이라는 풍문도 들리고 있다. 서 의장은 전반기 의장을 역임하면서 재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최근 차기 여수시장 출마설도 나오면서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망에 오른 후보자 전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중진 의원으로서 경험과 관록을 갖고 있고, 결격사유가 될만한 흠집은 없는 점에서 자격 시비는 일지 않고 있다.

시민이 뽑는 선출직 정치인과 달리 의장선거는 의원들의 투표로만 결정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민주당 독점구조에서 당 내부 의사결정을 통해 의장이 선출될 경우 사실상 투표 의미가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아닌 야당이나 무소속 시의원 의사는 묵살돼 공정성 논란도 예상된다.

시의회는 지난 2008년 야합․밀실정치 우려로 기존 교황식선출방식에서 후보자등록제로 선거 방식을 변경했지만, 전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민주당 중앙당과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개입하면서 잡음도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은 ‘기초의회 의장단 선출 관한 지침’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 시도당과 지역위원장에게 보냈다.

의장․부의장 후보 선출은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회 침관 하에 선출방법을 정하고 당론에 따라 선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민주당 중앙당이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까지 개입하는 형국이다.

최근 여수갑 주철현 국회의원 당선인과 여수을 김회재 국회의원 당선인은 각각 모처에서 지역구 후보자들과 회합하고 의장 선출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의장선거로 시끄러워지면 모양새가 보기 안 좋으니 알아서 정리해 달라“며 후보자들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반기 의장은 갑지구에서 했으니 하반기는 을지구에서 나와야 한다”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일부 후보들은 민주당과 국회의원들이 의장선거까지 개입하는데 불만을 품고 있지만 내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에 밉보여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는 “알아서 정리하라고 하는데 누가 (의장 자리를) 양보하겠느냐. 당선인과 사이가 좋지 못한 후보자는 자진 포기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후보자는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뺏지도 달기 전에 시의회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데 상당수 의원들이 불만이 많다”며 “어쨌거나 당 공천권을 쥐고 있으니 불만을 내색할 순 없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 A씨는 “의장 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자리를 달라고 하면 결국 감투 나눠먹기가 될 것”이라며 “의장에 뜻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후보자 등록하고 거취를 결정하면 될 일을 왜 중앙당에서 경선을 내세워 좌지우지하려는 지 알 수 없다”고 불쾌해했다.

의회 안팎에선 당의 입김에 의해 선출되는 의장이 시민 눈높이를 충족하고 시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데엔 회의적인 눈초리다.

시민 의중을 헤아리기보단 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풀뿌리기초의회의 독립권과 자율성이 침해되고 의사결정이 정당에 휘둘리고, 전체 의원을 대표하는 의장이 중앙당과 국회의원의 하수인으로 노릇이나 하게 된다면 결국 거수기 또는 식물의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 K씨는 “4년 동안 의정활동 제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당에 눈도장 찍어 공천만 받으면 장땡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시민이 뽑은 일꾼이라기보단 여당 직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4.15총선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평가를 당초 연간 2차례에서 1차례로 축소키로 하면서 ‘책임정치 후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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