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개발 18년째 지지부진
골프장·연수원 등 1조 원대 투자 1368억에 그쳐
경제청 “구역해제는 불가…구역 조정 등 방법 모색”

여수 화양면 장수리 일대 추진 중인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부진하면서 광양만권경제자유특구 연장이 추진되자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 통일교 계열 숙박시설인 디오션리조트 어귀에 내걸려 있다.
여수 화양면 장수리 일대 추진 중인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부진하면서 광양만권경제자유특구 연장이 추진되자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 통일교 계열 대형 숙박시설인 여수 디오션리조트 어귀에 내걸려 있다.

[여수/남도방송] “자그마치 18년을 기다렸소. 개발하겠다는 말만 믿고…인자 더는 못 믿것소. 우리 주민들 그만 속이고 이제 고만 풀어 달란께”

여수 화양면 장수리 일대 추진 중인 화양지구 복합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부진하면서 광양만권경제자유특구 연장이 추진되자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경자특구로 지정돼 대를 이어 물려받은 토지에 어떠한 개발행위나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약속한 관광특구 개발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업규모 대폭 줄이고 개발 않는데도 특구연장…특혜의혹 솔솔

화양지구는 외국인 투자를 통한 남해안 관광벨트 거점지구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2003년 경자특구로 지정됐다. 통일교 계열의 일상해양산업은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안포리 등 10㎢ 일원에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사업 1단계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해양마리나시설과 스포츠전지훈련장, 골프장, 호텔, 콘도 펜션 등을 조성하고, 2015년까지 2단계 사업으로 세계민속촌과 산악 레저월드, 전망대 케이블카 등이 꾸며지는 초호화 레저단지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업계획은 그동안 19차례 변경됐고, 애초보다 면적과 예산 등 사업 규모가 대폭 줄었다. 최근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186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민투금액은 1368원에 불과하다. 계획대비 13%에 그치는 실정이다.

기업투자는 지지부진했고, 개발사업은 십수 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나랏돈은 계획대로 고스란히 투입됐다.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지방세 감면과 수백억 원에 이르는 기반시설을 해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상해양산업이 투자한 금액도 대부분 토지매입비이고, 실제 관광시설에 투자한 금액은 18홀 규모의 디오션골프장과 연수원이다.

이것도 모자라 시행청인 광양경제자유구역청이 올해까지 만료될 특구지정을 2024년까지 또다시 연장하려 하자 주민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수십 차례 개발계획이 변경됐는데 이제 와 특구 연장까지 해 준다는데 대해 특정 기업에 특혜 몰아주기라는 비판 목소리가 자연스레 뒤따른다.

광양경제청은 사업 면적 9.17㎢를 8.97㎢로 축소하고, 2024년까지 기간을 4년 연장하는 변경안 고시를 앞두고 최근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변경안은 해면부의 토지를 육지부로 변경하는 안과 기간 연장에 따른 사업비 변경,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이 담겼다.

광양경제청은 지난 23일 디오션리조트에서 화양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기간 연장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광양경제청은 지난 23일 디오션리조트에서 화양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기간 연장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 “수십년 간 재산권 행사 제약…누굴 위한 특구법인가”

하지만 특구 연장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기 보단 주민들에게 특구 연장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실상 형식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명회 자리에서 주민들은 광양경제청과 일상해양산업 측에 개발을 포기하거나 특구지정을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대책위원장 이 모 씨는 “화양지구 일대 토지 시세가 평당 300~400만 원인데 20만 원에 매입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고 분통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개발도 좋지만 사유재산을 이런 식으로 강제적으로 뺏어가면 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주민 김 모씨는 “지난 수십 년간 재산권상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과연 누굴 위한 특구법인가 묻고 싶다”며 “토지를 매입하면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해야 하는데 개발은 하지 않고 양파나 옥수수를 재배하는 영농법인을 세웠다. 이것이 기업가 정신에 맞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디오션리조트 유광현 대표는 “화양지구 개발사업에 3500억 원을 투자했고, 이 가운데 1200억 원 가량이 워터파크에 투입됐는데 끝까지 적자를 보고 있다”며 “중국 투자유치 얘기도 나왔는데 적극 받아들이겠다. 다른 분이 오셔서 사업한다면 바로 (땅을) 내드릴 의향이 있다”고 말해 향후에도 투자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주민들은 “일상해양산업이 더 이상 투자 의지가 없어 특구지정을 해지해야 마땅하다”며 “여수~고흥 교량 연결로 부동산 투기 붐까지 일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특구지정을 고수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화양면경제자유구역반대비대위를 구성하고 화양면 골프장 인근과 면 소재지 일대에 현수막을 내걸고 규탄 시위를 벌이면서 감정은 격화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해서라도 특구지정을 해제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지역 갈등으로 옮겨붙지 않을지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기업 유치해 동북아 경제특구 조성 꿈 어디로? 투기과열까지

부동산 업계에선 화양지구 일원의 경자특구 지정이 해외기업의 활발한 투자와 이를 통해 동북아 관광의 메카로 조성한다는 복안이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과 달리 투자기업이 선뜻 나타나지 않고 계획됐던 투자도 지지부진하면서 화양지구복합관광단지 개발사업은 ‘부실한 사업 계획과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점철되는 분위기다.

광양경제청이 경자특구 기간 연장 철회를 고사하는 이유로는, 전국에서 추진중인 3곳의 경제자유특구 개발사업에 실패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양지구 관광단지 개발 실적을 살펴보면, 일상해양산업이 직접 개발한 땅을 제외한 나머지 면적에 대해선 국내외 투자유치 실적은 저조한 실정이다.

투자처 눈을 중국으로 돌렸지만 사정은 마찬가지. 2016년부터 부동산투자이민제나 중국 투자유치설명회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여태껏 입질조차 없다.

화양면 나진리 51만여 ㎡ 부지에 2300억 원이 투자돼 조성되는 화양 챌린지파크도 지난해까지 루지와 짚와이어 등 1단계 사업을 완공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갑섭 광양경제청장은 “경제자유구역 해제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도 “사업 기간 연장은 불가피하지만, 구역 조정 등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해 성난 민심을 겨우 달랬다.

이와 관련 일상해양산업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9월 화양면 장등에 비치콘도 건설 공사를 착공할 계획이고, 현재 운영 중인 18홀 골프장 외에 추가로 9홀을 건설하고, 호텔과 프라이빗 펜션 등의 다양한 관광시설을 개발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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