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편, 1심서 무기징역→2심 "인정 안돼" 금고 3년
대법 "경사 있어 밀지 않아도 굴러갔을 것"

해경이 직포 선착장 경사로에서 바다로 추락한 제네시스 자동차를 인양하고 있다.
해경이 직포 선착장 경사로에서 바다로 추락한 제네시스 자동차를 인양하고 있다.

[여수/남도방송]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자동차를 고의로 바다에 추락시켜 탑승 중이던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편에 대법원이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4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자동차매몰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52)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아내 A씨가 사건 전에 박씨의 권유로 사망 시 지급될 보험금이 종전보다 대폭 늘어난 점, 수익자가 모두 박씨로 변경된 점, 승용차 변속기가 중립에 있었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았던 점 등 의심스러운 사정은 있다"면서도 "박씨가 A씨만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를 뒤에서 밀어 추락시켰음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사건 현장에는 경사가 있는 곳이 있어 차량을 밀지 않아도 굴러내려갈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박씨가 기어를 중립에 두거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아도 차량이 굴러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씨가 이 같은 지점을 미리 알고 차량을 그곳에 세운 것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추락방지용 난간 등에서 발견된 충격 흔적을 보면 박씨가 당황해서 기어 조작을 실수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박씨와 A씨의 대화 내용을 봤을 때 A씨가 보험수익자의 변경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기어를 중립 상태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아 사고를 방지하지 않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 금고 3년형을 확정했다.

박 씨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 밤 10시께 여수시 금오도의 한 선착장에 주차된 자신의 제네시스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당시 차 안에 있던 아내 A(47)씨를 살해한 혐의(살인죄 및 자동차 매몰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고귀한 생명을 보험금 수령을 위해 도구로 악용한 점, 피해자가 익사로 고통스럽게 사망한 점 등을 들어 “범행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의 배경에는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사건발생 장소에서 동일 차량을 놓고 중립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지자 차량이 경사로에 밀려 바다 방향으로 추락한 사실이 입증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장검증 결과에 따라 재판부는 박 씨가 아내를 고의살해한 것이 아니라 단순 실수로 사망케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 씨의 살인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박 씨가 경사로에서 차량이 추락 방지용 난간에 부딪히자 '이를 확인한다'며 차에서 내린 뒤 차 안에 있던 아내를 자동차와 함께 바다로 추락케 했다고 보고, 보험금을 노린 살인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박 씨는 차량이 순간적으로 추락하면서 아내를 구조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간의 재판 과정에서도 '아내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며 살인혐의를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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