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윗사람 된 자는 그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정지하며 한 마디 말하고 한 번 침묵하는 것을 아랫사람이 모두 살피어 의심쩍게 탐색하는 법이니, 방에서 문으로, 문에서 고을로, 고을로부터는 사방으로 새어나가서 온 나라에 다 퍼지게 된다. 군자는 집안에 거처할 때에도 응당 말을 삼가야 하거늘, 하물며 벼슬살이할 때이랴.”(爲民上者, 一動一靜一語一, 在下者, 皆伺察猜摸, 由房而門, 由門而邑, 由邑而達於四境 布於一路. 君子居家, 尙當愼言, 況居官乎.)”

우리는 심심풀이로 연못에 조약돌을 던지지만 그 돌이 내일 결혼식을 올릴 “신랑 개구리의 소중한 고추를 정통으로 맞춰 성불구자로 만들 수도 있으며, 신부 개구리의 눈을 멀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심코 던진 조약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한 말 한 마디가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수도 있고 혀 때문에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만큼, 좁은 입으로 말하고 넓은 치맛자락으로 못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옛 어른들이 입을 지키기를 병과 같이 하라(守口如甁)고 가르쳤겠는가?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칼에 찔린 상처는 쉽게 나아도 말(言)에 찔린 상처는 낫기가 어렵다. “좁은 입으로 말하고 넓은 치맛자락으로 못 막는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말이 많은 세상이다. 갑론을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장삼이사(張三李四)와 필부필부(匹夫匹婦)도 언행을 신중히 한다. 하물며 높은 벼슬에 있는 분들의 현란한 언어의 유희가 춤을 추어 국민들을 짜쯩나게 해서는 안 된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백성들은 고위층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언젠가는 모두 알게 된다고 했다.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언감생심 속일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궤변이나 유치한 언어의 유희로 순박한 국민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높은 분들의 언행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지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지도층은 일언일동을 신중히 하라는 다산의 가르침이 오늘따라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글쓴이 / 김상홍
·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 단국대 부총장, 한국한문학회장, 한국한문교육학회장 역임
· 일석학술상, 다산학술상 학술대상 수상
· 저서 : 『다산학의 신조명』, 단국대 출판부, 2009
『다산의 꿈 목민심서』, 새문사, 2007
『꽃에 홀려 임금을 섬기지 않았네』, 새문사, 2007
『다산 문학의 재조명』, 단국대 출판부, 2003
『조선조 한문학의 조명』, 이회, 2003
『한시의 이론』, 고려대 출판부, 1997
『다시 읽는 목민심서』, 한국문원, 1996
『다산학 연구』, 계명문화사, 1990
『다산 정약용 문학연구』, 단국대 출판부, 1985
『다산 시선집 유형지의 애가』, 단국대 출판부, 198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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