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과, H어린이집 운영자 횡령‧보조금 유용 의혹으로 고발 ‘무혐의’ 처분
피해자 “장기수사로 정신적 트라우마 입어 일상생활 곤란” 호소…맞고소 방침

여수시 여성가족과 출입문.
여수시 여성가족과 출입문.

[여수/남도방송] 여수시 여성가족과에 근무했던 한 팀장이 과거 한 어린이집 운영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원인의 제보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리한 형사고발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이집 운영자는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았지만,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피의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여수시 여성가족과에 따르면 보육지원팀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5월 여수의 H어린이집 운영과 관련한 공금 횡령 및 보조금 유용 등 의혹을 제기하는 민원을 접수받고 조사에 나섰다. 

해당 어린이집은 운영자 A씨가 지난 2016년 4월 인수한 뒤 원장 B씨를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 보육 수당을 어린이집 통장으로 받은 뒤 원장 B씨의 통장으로 이체하고, 이를 전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보내 어린이집 대출금과 이자 상환 등에 사용했다.

제보자는 통장 거래내역이 의심되고, 운영자 A씨가 자신의 채무를 갚기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민원을 여수시에 제기했다.

조사에 나선 여수시는 통장내역 등 어린이집 회계 처리가 사용 목적에 부적절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시정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 끝에 A씨를 형사 고발했다.

그러나 A씨의 입장은 달랐다. A씨는 “어린이집 통장내역과 회계 자료 일체를 담당 팀장에 제출했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조사 과정에서 누락됐다”며 “소명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사법기관에 고발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여수시로부터 횡령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영유아보육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로 경찰로 넘겨져 수사를 받은 뒤 검찰로 송치됐지만, 혐의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여수시가 제기한 각종 혐의에 대해 자금 횡령 및 유용 등을 입증할 증거가 없고, 시보조금 역시 어린이집 운전기사 근무 수당에 사용되는 등 공금을 착복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범죄 연관성이 없음을 결론 내렸다. 

A씨는 “당시 어린이집을 처음 맡다 보니 운영이 서툴렀던 점은 인정하지만, 제보 의도나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범죄혐의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고발한 것은 기본적인 행정절차도 무시한 공무집행”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1년 6개월간 수사를 받으면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려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 피해와 함께 송사 비용 등에 따른 금전 손실 등 물질적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A씨는 “주변에 이미 범법자로 낙인찍힌 마당에 이제 와 무혐의 처분이 무슨 소용이냐”며 “어린이집은 문을 닫았고, 가정은 엉망이 돼 버렸다. 필요하다면 맞고소를 통해서라도 여수시의 행정갑질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전 여수시 보육지원팀장 K씨는 “범죄 의혹을 밝히는 것이 수사기관이 할 일이기 때문에 고발했던 것”이라며 “잘못된 행정이라 생각하지 않고,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미안해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형법 제123조에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직권남용죄로 고소‧고발된 공무원 수는 193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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