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제안 설명 중 권오봉 시장-전창곤 의장 설전…감정싸움 비화
시민 피로감 누적…“국회의원이 갈등 조장…의석수 줄여야” 격한 반응도

여수시청사 전경.
여수시청사 전경.

[여수/남도방송] 여수시청 증축 문제를 놓고 여수시와 시의회를 대표하는 시장과 의장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갈등의 배경에는 별관 증축을 둘러싸고 국회의원 간 알력싸움과 이에 동조한 시의원들조차 편 가르기로 나서면서 갈등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회는 최근 열린 제209회 임시회에서 청사 별관 증축 설계비 15억1300만 원을 전액 삭감한데 이어 의회 청사 야간조명 설치, 홍보용품 구입비 등의 예산도 함께 삭감했다.

시는 지난해 연말에도 시의회가 별관 증축 설계 예산을 전액 삭감한 상황에서 이번 역시 사업 예산을 대폭 깎자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임시회 본회의에서 권오봉 시장과 전창곤 의장이 ‘서로 조롱당했다’는 설전을 주고 받으면서 입살에 오르고 있다.

전 의장은 낸 입장문에서 "여수시장은 추경안 제안설명 중 예산안 설명에 집중해달라는 의장의 회의 진행에 반감을 갖고, 폐회 후 퇴장하는 의장을 향해 '시장이 하는 일에 어디 의장이 토를 다느냐'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 의장은 "합리적인 회의 운영을 위해 광범위한 의사정리권을 갖고 추경안에 집중해달라는 요구는 정당한 의사 정리권의 발동인데 반감을 갖고 공격성 발언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근간을 허무는 처사"라고 이어갔다.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권 시장도 되받아쳤다. 

시는 “지난 16일 여수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권오봉 시장이 추경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할 때 전창곤 의장이 시장을 향해 조롱 섞인 말을 했다”고 밝혔다.

권 시장도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대학생 때 이렇게 논문을 내면 점수를 잘 못 받았을 것이다"라고 비웃으며 조롱하는 투의 발언을 했고 권 시장은 폐회 후 정당한 항의를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하는 일에 어디 의장이 토를 다느냐’고 했다는 전 의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전 의장이 ‘시장이 벼슬입니까’하고 조롱성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와 의회 간 갈등은 민선7기 출범 이후부터 식을 줄 모으고 있다. 권 시장은 서완석 전 의장과도 줄곧 주요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청사 별관 증축을 포함해 돌산 진모지구 영화세트장 정비예산 삭감과 만흥지구 임대주택 조성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권 시장의 의회 무시와 소통 부재 지적이 나오는 반면, 시 주변에선 ‘2청사 되찾기’를 당론으로 세운 갑지구 의원들이 사사건건 시정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와 의회의 불협화음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피로감도 깊어지고 있다.

김 모(45) 씨는 “시와 의회가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소모적 갈등만 지속되고 있는데 현안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고, 지역 갈등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결국 모든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모(43) 씨는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시의원들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줄을 세우는 행태가 과연 정상적인 지방자치이자 풀뿌리민주주의인지 묻고 싶다”면서 “시민화합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차기 선거에서 의석수를 1석으로 줄여야 한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청사 별관 증축과 관련된 앞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지난 2018년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통합청사 건립 찬성은 40.5%, 반대는 28.5%였고, 지난해 4월 여수시가 실시한 본청사 별관 증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67%, 반대 33%로 집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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