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인가요?” 코로나19로 사지 몰린 방과 후 강사들의 ‘절규’
“우린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인가요?” 코로나19로 사지 몰린 방과 후 강사들의 ‘절규’
  • 조승화 기자
  • 승인 2022.02.23 07:0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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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 전환 이후 사실상 ‘실업자’…상당수 생활고 시달려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그들…교육계·정치권 조차 나 몰라
“방과후 학교는 공교육 일부” 교육당국 책임 있는 자세 요구
지난 10일 전국 방과후강사 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지난 10일 전국 방과후강사 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전남/남도방송] “신용카드에 마이너스 통장도 한도가 찼고, 더 이상 친척, 지인들에게 손 내미는 것도 면목이 없네요”
“요즘 말로 ‘영끌’까지 했지만, 통장 잔고도 바닥났어요. 돈 들어 올 데는 없는데 일자리도 없고…너무 막막합니다”

장기화 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전남지역 방과 후 교사들이 신음하고 있다. 오랜 기간 수업이 중단되면서 급여 등 원초적인 생활조차 한계에 다다른 방과 후 강사들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년간 일선 학교에선 많은 변화가 오갔다. 교실안의 웃음과 온기는 사라졌고, 대신 사제 간의 만남은 모니터를 통해 주고받는 현실이 됐다. 비대면 화상수업이 대세가 된 요즘, 방과후학교 수업은 대부분 폐강되거나 언제 재개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

방과후 강사 A씨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담담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후 부터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크다”며 호소하고 있다.
방과후 강사 A씨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착찹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후 부터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크다”며 호소했다.

교단의 최약자 방과 후 강사, 사라진 일자리 ‘각자도생’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교단에 최약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위탁사업자 형태로 학교와 일정 기간 계약을 맺었지만 대부분 정해진 급여가 아닌 수업 시간과 참여 학생 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직종이다.

코로나19로 수업이 사라진 이후 제대로 급여조차 받지 못한데다 다른 일을 찾아 눈을 돌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강사 상당수는 교단을 떠나 다른 생업을 찾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방과후 음악 교실을 해온 강사 A씨는 “투잡이라도 뛰어야 생활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언제 학교에 나오라고 할지 모르니 알바조차도 마음 놓고 구할 수도 없다. 통장에 잔고가 줄어들어 이젠 바닥까지 닿았다. 대출도 되지 않는데 내일의 삶이 불투명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5년 전 음악학원을 운영하다 방과후 강사로 교단에 섰다. 비록 정규 수업은 아니지만, 음악을 가르치는 보람된 일로써 아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음악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12월, 출근하던 초등학교로부터 재계약을 거절당했다.

중대 결격사유는 없었다. 매 수업 열과 성을 다했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도 반응은 좋았기에 재계약을 자신했다.

A씨는 “(학교에서) 재계약 불가 사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었다. 해고나 다름없다”며 “4년 동안 요령 부리지 않고 갖은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해 왔는데 이제 와서 영문도 모른채 나가라니 허탈하고 자괴감이 든다”고 분을 삭였다.

그는 “학교에선 우린 유령과 같은 존재로 취급받는다”면서 “코로나19로 직장이 사라졌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거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학교의 필요에 의해 고용됐지만 처우, 인권은 외국인노동자보다 못하다”고 털어놨다.

A씨와 비슷한 어려움에 부닥친 방과 후 학교 교사들도 부지기수다. 

방과후학교 강사 B씨는 10개월째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생계비, 공과금 등 아이들을 키우기에도 빠듯한 현실을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했다.

그나마 대리운전으로 번 돈으로 근근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거리두기 영업 제한 시간인 밤 9시 이후에는 일이 끊긴다. 그의 한 달 벌이는 최저생계비도 되지 않는다.

C씨는 마트에 출근하고 있다. 학교가 언제 다시 부를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만 지나면 조금 나아지겠지 했던 것이 벌써 2년째다. 밤잠 설치며 그간 마음고생은 차마 다 말로 할 수 없었다”며 “해보지 않는 고된 노동에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초등 방과후 강사의 평균 소득.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초등 방과후 강사의 평균 소득.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월급 216만 원→13만 원 ‘뚝’…학교 비정규직 80%가 방과후학교 강사

국민입법센터가 조사한 방과 후 강사들의 손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방과후학교 강사의 급여는 216만 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2020년 1학기 월평균 수입은 13만1000원에 불과했고, 그해 2학기에는 12만9000원으로 감소했다.

현재 전국에는 약 33만 명의 학교 안 강사 가운데 방과 후 학교 강사는 약 12만 명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된다. 초등 특기 적성 교육의 85.9%를 담당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강사 직종 중 80%를 차지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교사라는 직종이 생겨난 지 무려 27년이 지났지만, 지금껏 근로기준법이나 기간제법 등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은 이들의 근로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난 2020년 9월 우여곡절 방과후학교 강사 노조가 설립됐지만, 여전히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라는 직종으로 분류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수고용형태 교육종사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 대책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특수고용형태 교육종사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 대책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전국 최초 교섭단체 인정받은 경남, 전남의 현실은?

전남지역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처우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있는 것일까?

경남권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교섭단체로 인정을 받았다. 단체교섭을 통해 교육청, 학교와 위수탁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경남을 제외하곤 다른 지역의 경우 여전히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수업에 관한 규정이나 관련 법령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시를 근거로 한 각 시도 교육청별 방과후학교 운영 지침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는 방과 후 강사라는 지위 자체가 불명확하고, 계약조건도 불공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투영한다.

방과 후 강사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들의 처우 개선과 지위 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일선 교육 현장에 만연한 기득권과 카르텔, 권위의식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씨는 “방과 후 강사 계약 권한이 학교에 있고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다”면서 “방과 후 강사를 해오면서 느낀 것은 '차별'이라는 두 글자다. 내 직업이 이렇게 형편없는 직업이었는지 자괴감 들고 우울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이며, 교육감은 주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주어진 사명이다”며 “교육 당국은 방과 후 강사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학교의 필요에 의해 고용돼 누구보다 성실히 근무했지만 그들에게서 따뜻한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며 “교육부가 학교 정책이라는 이름하에 지난 27년 동안 부려 먹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방과 후 강사의 비참한 말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과 후 강사들은 더 이상 갈 곳 없는 그들의 고통을 이제라도 교육당국이 어루만져 주길 바라고 있다.

방과후학교 수업 또한 엄연히 공교육의 일부인 만큼, 교육청과 학교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수업 운영의 안정화를 위해 전담 교육청과 지원청, 학교 실무인력을 확충하고, 최대 2년 재계약 지침을 철폐하고 문제가 없는 강사들에 대해선 고용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도 빼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도교육청에서 별도 예산 편성이라든지 지원 확대 등 당장 자구책을 마련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측면이 있다”면서 “방과후강사 노조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강사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최대한 안내해 드리는 등 대책 마련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취했다.

방과 후 강사노조 전남지부 김소영 지부장은 “강사들에게 1, 2월은 새 계약을 맺는 시점이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지난 2년 간 코로나 재난으로 계약 기간 만큼 수업을 할 수 없었음에도 너무 쉽게 해고한다"며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중앙노동위에서 방과 후 강사들의 관리책임자는 교육감이라고 결정한 바 있지만, 학교라는 배가 좌초돼 방과 후 강사들이 죽어가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도 교육감인 선장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다”며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전남교육의 캐치프레이즈가 실현될 수 있도록 방과 후 강사들의 대책 마련에 지금이라도 나서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