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사 동백나무숲, 마로산성, 전남도립미술관 등에서 내면과 마주하기

광양 옥룡사지.
광양 옥룡사지.

[광양/남도방송] 분주한 일상에서 생각에 앞서 검색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에게 광양으로 떠나는 사색 여행을 제안한다.

광양시는 사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옥룡사 동백나무숲, 마로산성 등 고즈넉한 공간과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이 열리는 전남도립미술관을 추천한다고 13일 밝혔다.

옥룡사 동백나무숲은 천 년을 굵은 동백나무가 터만 남은 옥룡사지를 빽빽하게 에워싼 곳으로,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실현한 공간이다.

선각국사 도선이 옥룡사를 중수하며 땅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심었다는 동백나무는 울울창창 숲을 이뤄 4월이면 붉은 꽃송이를 토해내며 천 년의 숨결을 이어간다.

광양 마로산성.
광양 마로산성.

폐사지를 지키는 석탑 하나 없이 온전히 비어 있는 절터에 앉으면, 따뜻한 햇살과 맑은 바람이 충만하게 차오르며 편안함을 준다.

가뭄과 냉해로 예년의 소담한 꽃송이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비보풍수로 자연과의 조화와 상생을 꿈꾼 오랜 지혜와 기운은 한층 증폭된다.         

사적 제492호로 지정된 마로산성은 백제시대에 축조돼 통일신라시대까지 활용된 고대 성곽으로, 원도심인 광양읍에서 동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해발 208.9m 마로산성은 가장자리는 높고 가운데는 낮은 말안장 모양의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정상부를 중심으로 성벽을 둘러쌓은 테뫼식 산성이다.

망루, 건물지, 우물터 등의 흔적과 馬老(마로), 軍易官(군역관) 등의 명문이 새겨진 기와를 살펴보며 느린 걸음으로 산성을 거니는 것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탁 트인 산성을 무심히 채우는 바람 속에서 지친 영혼을 달래고,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석양을 멍하니 바라보며 ‘놀멍’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적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치열한 격전을 벌였을 산성에서 전쟁과 다름없는 일상을 소환해 위무할 수 있다는 건 아름다운 역설이다. 

리움 순회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이 열리고 있는 전남도립미술관도 자신에게서 걸어 나와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에 좋은 공간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조지 시걸의 ‘러시아워’, 앤디 워홀의 ‘마흔다섯 개의 금빛 마릴린’, 요안나 라이코프스카의 ‘아버지는 나를 이렇게 만진 적이 없다’ 등 세계 거장들이 치열하게 추구한 인간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

광양시청 김성수 관광과장은 “광양에는 옥룡사 동백나무숲, 마로산성 등 속도와 경쟁에 내몰린 자신에게서 걸어 나와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사유 공간과 내밀한 질문을 던지는 전남도립미술관의 수준 높은 전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22년,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이 ‘황무지’라는 시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절규한 까닭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며 사유하는 4월 광양여행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빽빽한 동백나무로 에워싸인 옥룡사지는 오랜 시간만이 줄 수 있는 평화를 느끼게 한다. 탁 트인 마로산성은 속도와 경쟁에 지친 영혼을 달래기에 제격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조지 시걸 ‘러시아워’를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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