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관 대표, 1980년 여수 서시장에 개업
‘정직한 경영’ 입소문…장남·차남 가업 계승

여수의 대표 풍물시장인 서시장에서 대를 이어 방앗간을 운영하는 여수방앗간 이재관(79) 대표와 가족들.
여수의 대표 풍물시장인 서시장에서 대를 이어 방앗간을 운영하는 여수방앗간 이재관(79) 대표와 가족들.

[여수/남도방송] 여수의 대표 풍물시장인 서시장에서 대를 이어 방앗간을 운영하는 가족이 있어 관심을 끈다.

여수방앗간 이재관(79) 대표.

젊은 시절 육군 부사관을 전역해 여수의 한 수산회사를 다니던 중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여수 화정면 월호도에 조그마한 방앗간을 차렸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지난 1980년 여수 서시장에 터를 잡은 것이 40년 넘게 이곳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처럼 기계가 있어 뭐가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막노동이었지. 지금도 그때 생각하믄 얼매나 힘들었는가 말도 못 해”

돌이켜보면 참으로 억척스러운 세월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뭍에서, 텃세가 드세기로 악명높은 시장통에서 살아남기는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배짱 하나로 버티고 버텼다.

오로지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만 있었다.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그가 방앗간을 운영한다는 소식에 화정면 출향인들의 발길이 잦아들었다.

입소문이 타면서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지금껏 30년 이상 인연을 맺은 단골손님도 상당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입이 급감한 점도 걱정거리지만, 노령의 손님들이 가게를 찾지 않을 땐 혹시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1980년 여수 서시장에 문을 연 여수방앗간. 지금껏 40년 넘게 이곳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1980년 여수 서시장에 문을 연 여수방앗간. 지금껏 40년 넘게 이곳에서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경영원칙은 명료하다. “정직과 신뢰는 모든 사업의 기본이여. 별거 없어”라고 말하는 그다.

방앗간의 공정은 우선 재료를 깨끗하게 세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와 가족에게 먹인다는 일념으로 정성을 불어넣어야 비로소 식재료로 탄생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중국산 참기름, 중국산 고춧가루가 국산으로 둔갑해서 팔린다는 뉴스를 보면 참 씁쓸하지. 사람은 본디 정직해야 하는 거여. 돈만 밝혔다간 본인은 배부를지 몰라도 자식, 손주들 잘되는 거 본 적 없어. 인생은 인과응보여”

양심 하나로 40여 년간 방앗간을 일궈온 그에게 가짜가 판치는 작금의 세태는 용납될 수 없는 현실이다.

그에게 아내와 가족은 그 누구보다 애틋한 존재다.

“그저 암말 않고 믿고 따라와 준 집사람에게 늘 미안허지. 다른 집보다 아이들이 많아서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만 시켰지. 뭐”

‘고생시키지 않겠습니다’. 아득했던 혼인 서약을 이제 와 곱씹어보니 한없이 미안하고 쑥스럽기만 한 그다.

슬하에 둔 4남 1녀의 자식들이 자신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랬다.
번듯한 직장인으로,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샐러리맨이 되어 아비보다 나은 인생을 살길 바랐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내려온 장남 아들 종범 씨와 차남 종환 씨가 방앗간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땐 그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방앗간이 결코 사양 직종이 아니라 전통과 가업으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아이들의 뜻을 존중했다. 

손때묻은 기계들이 지난 40년 넘게 방앗간을 운영해 온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손때묻은 기계들이 지난 40년 넘게 방앗간을 운영해 온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과거 문전성시를 이룬 전통시장도 쇠퇴하면서 빈 점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주차장이나 공중화장실 등 각종 편의 시설 확충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이 대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전통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개선과 정비, 마케팅 등 지역사회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며 “시대에 맞게 변화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시장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너무나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많기에, 우리 사회가 서로를 시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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