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활짝 피면 풍년 든다는 희망 담긴 속설
수령 500년 고목과 아담한 연못이 고담한 오월의 정원

광양 원도심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유당공원에 소복하게 핀 이팝나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광양 원도심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유당공원에 소복하게 핀 이팝나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광양/남도방송] 광양 원도심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유당공원은 오랜 세월을 켜켜이 새겨온 정원이자 기억의 공간이다.

소복하게 피어난 이팝나무 향기를 맡으며 500년 역사를 더듬어보고 산책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유당공원을 추천한다.

유당공원은 1547년, 광양현감 박세후가 읍성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못을 파고 수양버들, 이팝나무 등을 심어 만든 보안림이다. 

또한 마을의 허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비보림이었으며, 해풍의 피해를 막는 방풍림이기도 했다. 

유당공원은 끈질기게 출몰한 왜구의 노략질이며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 김인배 처형사건, 여순사건, 한국전쟁 등 500년 역사를 관통한 격변의 현장이었다. 

궁사들이 모여드는 활터였으며, 누런 황소를 차지하기 위한 열띤 씨름대회가 벌어지는 씨름장이기도 했다.

별다른 놀잇감이 없던 시절 팽나무 열매를 따기 위해 기어오르던 놀이터였고,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열리던 문화공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배고픈 시절 하얀 쌀밥처럼 피어난 이팝나무꽃이 잔뜩 주린 배를 채워주던 눈물 어린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팝나무는 하얀 꽃이 이밥(쌀밥)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에 꽃을 피워 입하목(立夏木)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해의 풍년을 점치고 기후를 예보하는 지표나무로 꽃을 많이 피운 해는 풍년이 든다는 희망찬 속설도 갖고 있다. 

이팝나무 등 유당공원의 나무들은 인서리 숲과 함께 ‘광양읍수(光暘邑藪)와 이팝나무’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 제235호에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500년 나이테를 새기며 18m에 달하는 높이로 자란 이팝나무는 아름다운 수형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단아한 수련을 꽃 피운 연못도 오랜 세월 말없이 잎을 피우고 푸른 그늘을 드리운 이팝나무를 고요히 담고 있다.

정원을 거닐다가 정자에 오르거나 연못가에 놓인 벤치에 앉으면 오월의 투명한 바람이 영혼까지 맑게 한다.

공원 한편에는 참전유공자기념비, 충혼탑, 토평사적비 등이 그 시대의 정신을 아로새긴 채 굳건히 서 있다. 

김성수 광양시 관광과장은 “이팝나무가 새하얀 꽃으로 소복하게 피어나는 5월의 유당공원은 푸조나무, 버드나무 등과 함께 그윽한 풍취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정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500년 역사를 오롯이 나이테에 새긴 유당공원의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사색을 즐기고 그 공간에 깃든 역사를 헤아려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0~21일 오후 5시 30분에는 광양시립예술단의 ‘우리동네 문화유산에서 즐기는 공연’이 유당공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인근에는 전남도립미술관과 광양예술창고, 광양5일시장, 서천변의 양귀비와 장미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광양 원도심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유당공원에 소복하게 핀 이팝나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광양 원도심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유당공원에 소복하게 핀 이팝나무가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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