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 지하 관로 정보 56% 누락…정확도 떨어져
굴착공사 따른 위험성 상존…시스템 보완 시급

여수국가산단의 야경. 화치동 한 사업장 공정에서 수증기 등 대기배출 물질이 강한 압력으로 분산되고 있다.
여수국가산단의 야경.

[여수/남도방송] 해마다 끊이지 않는 폭발사고로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여수국가산단의 땅속 배관망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나 대형 사고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공개한 ‘국내 석유화학산업단지 배관 안전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수산단 지리정보시스템(GIS)에 등록된 지하 매설 배관 정보가 부족해 상당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여수산단에는 682km 이르는 지하 관로가 존재한다. 이중 가스관과 화학관은 각각 100km, 167km에 이른다. 기업 간 원료 이송 배관은 매설된 지 이미 30년 이상 된 노후 관로들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산단 조성 초기부터 지난 수십 년간 입주 업체들이 앞다퉈 매설한 지하 관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땅속에 묻혀 있어 유지 관리가 어려운데다 폭발 및 환경오염 등 위험성이 상존해 있다.

이 때문에 산단에서는 관로 지상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총 길이 2092km의 배관 가운데 32.6%는 여전히 땅 속에 묻혀있는 상태다. 배관을 신규로 매설하기 위해 굴착공사를 실시할 때 기존에 매설된 배관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공사를 진행할 경우 기존 매설된 배관이 손상될 위험성이 높다.

현재 여수산단 내 지하 배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52억 원을 들여 ‘여수산단 통합안전체계(GIS)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국가산단의 한 도로변에 설치된 화학물질 이송 배관.
여수국가산단의 한 도로변에 설치된 화학물질 이송 배관.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산자부가 여수산단 GIS 사업을 진행하면서 입주기업의 지하 배관 설치 현황 등 기초자료에 대한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 온 사실을 밝혔다.

더욱이 입주 기업들은 ‘배관 정보를 제출한 근거가 없다’며 지하 배관 설치 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여수산단 전체 배관 정보 가운데 56%가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만으로 GIS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감사에서 지난 2009년 모 회사가 설치한 수소 배관 등 19개 배관(연장 2만7198m)에 대한 정보가 GIS 정보에서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감사원은 여수시가 지난 2006년 여수산단 GIS시스템 구축 이후 도로 하부에 배관을 매설하는 굴착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신규 배관 정보를 여수산단 GIS 시스템에 등록토록 하는 조건을 부여하고도 이를 이행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산단 GIS DB에 누락된 배관 정보가 많아 정확성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앞서 여수시는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5억 원을 투입해 여수산단 GIS시스템을 구축했는데 2D로 방식으로 제작된 탓에 활용도가 떨어지고 산업 현장 실정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유명무실됐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유관기관인 KCL이 여수산단 통합 안전체계 구축사업을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해 왔으나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져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번 감사를 통해 감사원은 국토부에 “위험물 이송 배관을 지하 시설물에 포함시켜 배관 정보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여수시 및 입주기업 등과 협의해 누락된 지하 배관 현황을 확보해 데이터베이스 보완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여수산단의 연간 화학물질 유통량은 1억2800만 톤으로 국내 총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 이는 1억6370만 톤인 울산석유화학 단지에 이어 국내 2위 규모다. 여수산단에는 현재 292개 기업이 입주해있으며, 2만4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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