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장기화에 '봐주기 아니냐' 비판 여론...중대재해처벌법 유명무실 지적도

11일 오전 9시26분 여수 화치동 여천NCC 폭발사고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국과수 요원들이 현장 감식을 진행중이다.
11일 오전 9시26분 여수 화치동 여천NCC 폭발사고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국과수 요원들이 현장 감식을 진행중이다.

[여수/남도방송] 올해 2월,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여수산단 여천NCC 경영책임자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사고 발발 6개월이 되도록 고용노동청과 전남경찰청 등 일선 수사기관에서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도 않은 채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늑장 수사’, ‘봐주기 주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올해 11일 오전 9시 26분께 여수 화치동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광주고용노동청과 전남경찰청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여천NCC 대표이사를 상대로 공조 수사를 펴고 있다.

고용부와 경찰은 사고 직후 여천NCC 공동대표인 최금암 사장과 김재율 부사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본사를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하는 등의 초동수사를 발 빠르게 펼쳤다.

하지만 수사가 수개월 동안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면서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과실 여부, 인과관계 규명에 있어 오류나 허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다 보니 수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경찰과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추가 보완이 필요해 다소 시간이 지체됐다”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사 측은 일찌감치 대형 로펌 2곳을 선임해 송사를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 측 관계자는 “본사에서 K법무법인을 선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반년이 지났지만 노동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정의당 이은주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법 시행 초기 일부 진행되던 압수수색은 최근 거의 이뤄지지 않고, 경영책임자 구속은 1건도 없다”며 “경영계의 지속적인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공세와 윤석열 정부의 개악 추진으로 법은 벌써 종이호랑이가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사고 발생 초기부터 대형 로펌이 기업을 철벽 방어하고 있어 법의 엄정한 집행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노동부의 부실 수사, 수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크고, 형식적 수사로 기업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동부가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해 사고의 실체적인 원인 규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월 11일 오전 9시 26분께 여수 화치동 여천NCC 3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작업 중이던 원청 소속 감독관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등 4명이 목숨을 잃었고, 함께 있던 4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는 작업자들이 열교환기 청소를 마친 뒤 재가동에 앞서 내부 압력을 높여 가며 누출 여부를 확인하는 '열교환기 기밀시험'을 하던 중 발생했다.

노동계에서는 폭발사고의 원인이 무리하게 적은 인원을 투입해 작업했고, 그로 인한 총체적 안전관리에 허점이 드러내면서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지적한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